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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병의 정책프리즘] 국가기술 전략 '진흥·규제정책' 조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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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정부는 우주산업 인프라 구축사업,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사업 등 6개의 연구개발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평가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대부분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기술 분야다.

눈에 띄는 것은 ‘바이오 파운드리(Bio Foundry)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바이오파운드리가 합성생물학 발전의 핵심 기반 시설임을 고려하면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합성생물학 연구와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쏟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인공적으로 설계, 제작, 합성하는 기술 분야다. 마치 기계 부품을 조립하듯 DNA 설계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기에 생명윤리나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오랫동안 존재했다. 새롭게 만들어낸 합성생물이 기존의 자연 생명체를 도태시키지는 않을까, 변형된 유전자가 자칫 생물테러의 도구로 쓰이지는 않을까,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대만큼 우려도 커졌다.

사실 합성생물학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규제는 외국도 여전히 미흡하다. 외국은 주로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규제와 유사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은 좀 더 보수적으로 강력하게 사전 예방적(ex-ante)이며 중앙집권적(top-down)인 방식에 의해 규제가 이뤄지지만, 미국은 사례를 중심으로 사후대응적(ex-post)이며, 다원적이고 분권적인 자율규제(bottom-up)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의 방식은 위험을 미리 예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혁신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해치고 발전을 더디게 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자는 좁은 내수시장과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우선’ 미래 먹거리인 과학 기술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법이나 제도는 그 이후에 선진국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혁신 기술에 대한 불필요한 사회적 두려움과 갈등을 조장하고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진흥정책’ 못지않게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인 ‘규제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연구 윤리나 규제의 문제는 훨씬 깊게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한다. 찬반 논쟁이 치열한 것을 떠나서, 기술의 오·남용에 따른 사회적 피해도 훨씬 크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쉬운 접근도 위험을 배가시킨다. 예전에는 소수의 전문지식과 실험 장비를 갖춘 연구자만이 생명 현상에 대한 탐구와 접근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일반 고등학생도 간단한 키트와 컴퓨터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명체의 조합과 변형을 시도해볼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시작된 국제 합성생물학 경연대회인 iGEM(International Genetically Engineered Machine)은 매년 7000명 이상의 학생이 참가하는 대회로 성장했다.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활발하게 과학기술의 사회적 수용성과 규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정부의 ‘진흥정책’ 부서와 ‘규제정책’ 부서의 조화로운 협업도 기대한다. 산업의 ‘진흥정책’이 필요조건이라면, 그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정책’의 연구와 개발은 산업과 우리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에 꼭 필요한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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