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는 사람을 빌려주는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휴먼라이브러리란 책 대신 특정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책(휴먼북)’을 대여해주는 신개념 도서관서비스다. 독자가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면, 그와 마주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열람하게 된다.
현재 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는 814명의 사람책이 소장되어 있다. 금융, 의료, 방송, 교육 등 직업 관련 주제와 이웃, 건강, 여행, 여가 등 인생 관련 주제로 총 21개 테마로 나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도 ‘정치인의 덕목, 공감 그리고 열정’이라는 주제로 정치학 분야 사람책으로 등록되어 있다. 최근 30대 구민 A씨는 노원구가 결혼 후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동네인지 궁금해 열람을 신청했다. 오는 4일 구청장을 직접 만나 구의 장점과 미래 계획에 대해 들어볼 예정이다.
책 열람은 초등학교 5학년 이상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관심있는 책을 선택한 후, 만나기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작성하고 궁금한 사항을 3가지 정도 제출하면 된다. 열람 장소는 노원중앙도서관 지하1층에 위치한 ‘휴먼카페’다. 시간은 질의응답을 포함해 1시간 이내로, 1:1 및 단체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수시열람 외에도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지역 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진로탐색 및 고정관념 타파를 위한 청소년 미래공감, 독자가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는 휴먼라이브러리, 팟캐스트, 유튜브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편견없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원구는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휴먼라이브러리를 상설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기간이었음에도 지난 3년간 한 해 평균 2000여 명의 독자가 다양한 인생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열람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입한 주부 B씨는 이웃, 육아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노원휴먼라이브러리를 방문했다. ‘주부’ 주제의 사람책 세 명을 열람하고 정착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진로 탐색을 위해 여러 책을 열람하고 도움을 받았던 학생 C씨는 성인이 된 이후 본인이 사람책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사람 향기나는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12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기쁘다”며 “사람책으로서 재능기부하고 있는 전문가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 또한 사람책으로서 독자분께 소중한 시간과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