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31일 15: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증권사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의 불안을 안정화하기 위해 가동한 1조8000억원대 매입 프로그램이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우량물을 중심으로 기업어음(CP)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비우량 증권사의 ABCP로 온기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의 대주단은 ABCP 매입 금리를 기존 10% 대에서 8%대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1월 중소형 증권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1조8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대주단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25%·중순위) 증권금융(25%·선순위)과 산업은행(25%·선순위) 등으로 구성됐으며, 주관사(한국투자·NH투자·메리츠증권)에서 매주 차환 만기 물량에 대해 신청을 받아 매입에 나선다. 매입 신청이 가능한 증권사는 중소형 총 7곳이다. 매입 대상은 A2 등급의 PF-ABCP, 증권사별 매입 한도는 2000억원이다. 매입 금리는 증권사의 단기신용등급에 따라 10~12%로 고정돼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동 직후 자금난을 겪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거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지원 첫 주 만에 3000억원을 소진했다. 그러나 시장이 진정되면서 신청자가 급감했다. 지금까지 ABCP 프로그램의 지원 규모는 총 5000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28%가 소진되는 데 그쳤다. 치솟았던 조달 금리가 하락하면서 ABCP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할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회사채와 CP 시장은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 기대감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다. A1 등급 CP의 91일 물 금리는 11월 말 5.53%에서 지난 9일 5% 아래로 내려온 뒤 전일 기준 4.57%까지 하락했다. 연초 CP 금리가 5% 밑으로 내려오자 우량 ABCP도 온기가 조금씩 돌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금리가 높은 ABCP 매입 프로그램 대신 직접 조달로 선회하고 있다. 매각했던 ABCP를 되사가는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시장 여건을 반영해 매입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2 등급 PF ABCP를 8~9%대에 조달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어떤 증권사가 10% 대의 금리로 매입 프로그램을 이용하려고 하겠느냐"며 "시장 참여자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매입 금리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주단 내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낮춰 PF ABCP 금리와 일반 CP 간의 금리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금 경색 이전 PF ABCP와 일반 CP의 금리차는 30bp(1bp=0.01%포인트)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00bp 이상 벌어져 있다.
반면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성된 지원 금액의 소진율을 높이면서 ABCP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금리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하향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