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산층 비중이 최근 10년 새 60%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금이 늘면서 전체적인 소득이 많아진 결과다. 하지만 노력을 하면 상위계층으로 갈 수 있다는 계층 이동 사다리에 관한 기대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계청은 통상 중위소득 50~150% 사이를 중산층으로 본다. 이 부장에 따르면 이 비중은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2011년 54.9%에서 2021년 61.1%로 6.2%포인트 늘었다. 반면 시장소득을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49.8%에서 51.5%로 1.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실제로 일해서 번 돈이다. 처분가능소득은 여기에 정부의 지원금 등 이전소득을 더한 것이다. 시장소득 기준 중산층이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산층만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10년간 정부의 복지혜택이 중산층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매우 높다'와 '비교적 높다'로 응답한 비율은 2011년 28.8%에서 2021년 25.2%로 감소했다.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41.7%에서 2021년 30.3%로 낮아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020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부모가 가난해도 자녀가 노력해서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53.6%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사회 지도층 등 기득권층이 불공정한 구조를 형성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응답자의 69.7%가 “기득권층이 본인의 자녀에게 기회를 몰아줘 불평등이 커졌다”고 답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당시 계층 이동성 곡선이 1980~1990년대 무렵 최고점을 기록한 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KDI에 따르면 실제 소득의 변화 폭도 축소됐다. 1년 후 소득이 변동한 정도를 측정하는 '소득이동성'은 2016년 31.6%에서 2019년 29.6%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부동산 자산을 중심으로 자산불평등이 확대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 부장은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중산층 확대만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계층 상향이동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상향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중산층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은퇴 중·고령층의 고용 기간 연장 유도, 여성 배우자 취업 장애요인 해소와 일 가정 양립 지원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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