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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본 16번 뗐다"…피 마르는 서울 강서구 전세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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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작년부터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16번이나 확인했다. 김씨가 전세로 살고있는 빌라 집주인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사기, 빌라왕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부동산등기부 열람 건수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세 사기 등을 걱정하는 전세 세입자들이 부동산등기부 등본을 수시로 확인하는 일이 많아져서다. ‘빌라왕’ 사태 등으로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서울 강서구가 특히 많이 늘었다.

31일 대법원 등기국에 따르면 작년 강서구의 부동산등기부 등본 발급은 125만5452건이었다. 2018년 90만6370건이 발급된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38.5%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등기부 등본 인터넷 열람 비용은 건당 700원이다. 작년에만 8억7800여만원이 강서구 부동산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는 데 쓰인 셈이다.

전셋값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깡통전세와 빌라왕이 이슈가 되면서 세입자들이 빌라, 오피스텔 전세를 찾지 않는다”며 “무리하게 갭투자를 한 집주인들은 중개비를 2~3배씩 주면서 어떻게든 세입자를 맞춰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계약 기간에 집주인이 바뀌었다면 은행과 보험사에 이를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대출이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은행, 보험사에 집주인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연락해 인적 사항을 받아둬야 한다”며 “새로 바뀐 집주인의 경제력을 신뢰할 수 없고 연락도 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기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등기부 등본 무료 열람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온라인 부동산등기부 등본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넘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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