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4년 파리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들을 출전시켜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이 전했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우방국인 벨라루스가 중립국 자격으로 파리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자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 선수들을 올림픽에 참여시키려는 IOC의 시도는 테러가 어떻게든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리려는 시도”라며 이들의 파리올림픽 참가를 허락하지 말아달라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림픽이든 다른 스포츠 게임이든 이를 러시아가 침략이나 맹목적 애국주의를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나둬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전쟁터에서 죽어가고 있는 동안 스포츠에 중립성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역시 러시아 선수들이 중립국 자격으로 경기를 뛰는 방식에 대해 “전쟁의 현실에서 동떨어진 세상”라고 비난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가 독일에 집권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언급했다. “과거에도 올림픽에서 큰 실수가 있었다. 올림픽과 테러리스트 국가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나치 독일이 올림픽을 체제 선전 기회로 삼았던 것을 비판한 것이다.
앞서 지난 25일 IOC는 러시아 선수들이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히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인 동부 바흐무트로 초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선수가 든 ‘중립의 깃발’조차 피로 물들어 있다”며 “테러 국가를 출전시키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체육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러시아 선수들이 참가하면 우크라이나는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에도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졌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을 폭격해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르손 정부는 전날 토요일에만 거의 40번의 폭격을 받았고 주말 내내 공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군이 가장 먼저 함락시킨 지역으로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전쟁을 최대한 질질 끌어 우리를 지치게 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군이 힘든 상황에 맞서려면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고 국제 사회에 강력한 지원을 호소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