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이 이번주로 다가오면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쏟아놓을 말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전망은 경선이 본격화되면 윤심이 적극적으로 작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근거로 한다. 한쪽에 힘을 실었다가 만약 반대쪽이 경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실과 용산의 관계가 껄끄러워진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경선이 김기현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가 되면서 윤심이 작용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초반이긴 하지만 지지율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두 의원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어서다.
나 전 의원 불출마 결정 과정에서 윤심에 대한 반발이 당 안팎에서 일었다는 점도 이유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나 전 의원과의 갈등이 부각되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빠졌다는게 대통령실의 분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 시장와 이 전 대표의 말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당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홍 시장은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이 전 대표는 2030 세대의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페이스북 등 SNS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일주일에 4~5개의 글을 올리며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두 사람이 특정 주자에 대한 비토를 표명할 경우 무게 중심이 반대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홍 시장은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던 이달 초 여러 차례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금수저가 위선으로 세상을 농단하는 것이 싫다" "내용 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등 비판 수위도 높았다.
다만 홍 시장과 이 전 대표가 어떤 후보에 대해 호불호를 밝힐지는 알기 힘들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준석 때문에 대선에서 질 뻔 했다'는 김 의원의 발언에 이 전 대표는 "이준석 때문에 대선을 질 뻔했다면서 본인이 지휘했다고 하시면 이건 무슨 난센스인가"라며 "그냥 데이터 무시, 민심 무시, 현실 무시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 시장은 과거에는 안 의원과 부딪혔으나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어느 정도 관계가 회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김 의원과는 꽤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9일에도 따로 회동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시장과 이 전 대표의 그간 발언을 살펴보면 두 후보 중에 김 의원이 홍심과 이심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워 윤심이 홍 시장의 입을 빌려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