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던 전장 사업이 9년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실적 효자'로 거듭날 전망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글로벌 3고(高)' 위기에 LG전자의 간판인 생활가전과 TV 사업부의 부진한 실적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해 연간 기준 첫 흑자 달성이 유력한 전장 사업에 관심이 쏟아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27일 지난해 연간 및 4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이달 초 잠정 실적 공시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담겼지만 이날은 사업 부문별 상세 실적을 공개한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6조2536억원이었다. 여기에 증권가가 추정한 작년 4분기 VS사업본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40%가량 증가한 2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모두 더한 연간 매출액은 8조6000억원 수준이다.
LG전자가 지난 6일 공시한 연결 기준 잠정 매출액 83조4695억원의 10% 규모다. 전장 사업 연간 매출이 LG전자 연간 매출의 10%를 넘어서는 것은 2013년 사업본부(당시 VC사업본부) 출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사상 첫 매출액 80조원 돌파에 전장 사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전장 사업은 지난해 연간 기준 첫 흑자 달성도 유력하다. VS사업본부는 작년 2분기 영업이익 500억원을 기록하며 2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끊고 흑자로 돌아섰다. 3분기 영업익은 960억원이었다. 4분기 실적을 더한 연간 영업이익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환골탈태한 전장 사업의 성장기인 셈이다. 앞서 부진한 잠정 실적 발표로 '어닝 쇼크'(실적 부진 충격)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LG전자의 사업별 상세 실적 발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LG전자도 새 먹거리로 자리잡은 전장 사업에 높은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전장 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흑자 전환)를 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갔으니 액셀(러레이터) 밟을 일만 남았다"며 "올해는 전장에서 10조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을 3대 축으로 전장 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고, 2021년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키며 세를 확장했다.
VS사업본부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80조원. LG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조만간 전장 사업 연매출이 15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석현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CES 기자간담회에서 "80조원 수주를 기반으로 예상하면 2026년 정도엔 매출 15조원이 넘어갈 것이고,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면 자동차업계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