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세에 접어들면서 당내 인사들이 안 의원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공개적으로는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면서 막후에서는 안 의원과의 연대도 모색하는 이른바 ‘주김야안(晝金夜安·낮에는 친김기현, 밤에는 친안철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이 설 연휴 전후로 안 의원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낸 지성호 의원이 안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선언한 데 이어 한 원외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안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실제로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로 협력하자는 취지의 연락이 갑자기 늘었다"며 "원내에서는 중진의원들 중심으로 연락이 오는 편이고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강원, 충청, 부산 등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5∼26일 국민의힘 지지층 4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은 직전 조사(17.2%, 3위)보다 16.7%포인트 증가한 33.9%의 지지율을 보이며 2위로 뛰어올랐다. 김 의원은 40%로 여전히 선두를 달렸지만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양자 대결에선 안 의원이 49.8%로 김 의원(39.4%)을 오차범위(±3.5%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당내 인사들이 안 의원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대신 막후에서 연대를 모색하는 것은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의원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가 김 의원인 상황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안 의원을 공개 지지하는 당내 인사는 많지 않다. 김 의원의 캠프 출정식에 온 현역 의원은 40여명에 달한다. 안 의원 캠프 출정식에 참석한 현역 의원이 이명수, 이용호, 지성호, 최연숙 4명뿐인 것과 대비된다. 또 김 의원 캠프에는 현역 의원 3명이 각각 한 명씩 보좌진을 파견했지만 안 의원 캠프에는 타 의원실 파견 보좌진이 없다.
이에 안 의원은 '내연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민의힘에 들어온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당내 세력이 부족한 만큼 공개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주김야안'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안 의원은 지난 2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이재오 상임고문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전당대회나 총선 등을 앞두고 '세력 이동'이 일어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도 주서야김(晝徐夜金·낮에는 친서청원, 밤에는 친김무성)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대표 선거에서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당내 인사들이 양다리, 세 다리를 걸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안 의원의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