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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엔화 환율, 와타나베 부인에 달렸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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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와타나베 부인과 엔 캐리의 영향력이 가장 컸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이다. 2005년에는 엔화를 팔아 호주나 뉴질랜드달러 같은 고금리 통화를 사는 와타나베 부인의 투자활동(엔 캐리 트레이드)이 엔화 가치를 20엔 정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엔 캐리 거래규모가 23조400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와타나베 부인의 위세도 엔 캐리의 위력도 크게 위축됐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일본과 금리차이가 줄어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도 시들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일 금리차가 벌어지고 엔화 가치가 떨어진 작년 3월 이후 엔 캐리 거래는 되살아났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 덴마크 중앙은행이 지난해 7월과 9월 차례로 제로금리와 마이너스금리를 해제하면서 일본은 세계 유일의 마이너스 금리 국가가 됐다. 가장 유리한 캐리 트레이더 통화가 된 것이다.

지난 9월 JP모간체이스은행은 세계 기준금리 평균치와 일본의 차이가 3%포인트까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트레이더의 전성기였던 2005년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엔 캐리 규모는 13조엔을 넘어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외환시장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하는 와타나베 부인과 해외 투기세력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했다. 외환시장의 큰 손인 일본 기업들이 발을 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화가 더 빠지기 전에 급히 달러를 사두려는 수입 기업들의 움직임이 일단락 된데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팔지 않고 엔화 가치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수출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하지만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투기세력과 와타나베 부인은 서로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 6월(5월24~6월27일) 한 달간 일본의 개인투자가들이 거래하는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0.51엔 오른 반면 해외 투기자금이 주로 거래하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7.99엔 떨어졌다.



이는 와타나베 부인의 매매시점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다이데 겐타 다이와증권 선임 외환 전략가는 "와타나베 부인들의 매매시점이 기본적으로는 '역회전'이 많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같은 투기세력들은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엔화를 팔고, 가치가 오르는 달러를 산다. 어떤 상품의 가치가 오르거나 내리면 당분간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통계에 근거한 추세추종전략이다.

반면 와타나베 부인, 즉 일본의 개인투자가들은 엔화 가치가 떨어질 때 엔화를 사들이고 오를 때 파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 같이 다양한 상품과 통화를 거래하지 않는 만큼 단순하게 엔화가 쌀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전략이다.



지난 9월22일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가 반짝 상승하자 개인투자가들 상당수는 엔화를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거의 일방적인 엔저(低)가 진행됐다. 일본 기업들이 발을 뺀 것에 더해 엔화 자산을 팔아 달러 등 해외 자산으로 이전하는 '부의 유출', '자본도피'가 본격화한 영향이었다.



지난 9월 개인투자가들의 전체 외환거래 규모는 1098조엔으로 월간 기준으로 처음 1000조엔을 넘었다. 일본 외환시장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일으키면 증거금의 25배까지 외화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액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해외로 빠져나간 일본인들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금리차익을 노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것인지 이 참에 미국 시장으로 자산을 옮겨두려는 중장기 거래인지에 대해서는 일본 전문가들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와타나베 부인과 엔 캐리 트레이드 모두 당초 예상에 비해서는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와타나베 부인과 엔 캐리는 어디로①에서 소개한 대로 캐리 트레이드 기본 요건인 안정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 헤지펀드인 원리버애셋매니지먼트의 체이스 뮬러 글로벌 거시전략 책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엔화 약세를 예상하고 2021년 10월부터 엔으로 조달한 자금을 호주달러와 캐나다달러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를 했지만 지난 6월초 청산했다"고 밝혔다.

엔화 가치가 워낙 격렬하게 바뀌다보니 금리차이로 얻는 수익보다 환 손실 리스크가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12월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축소한 이후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투기자금의 주도에 의해서다. 환율의 움직임이 '엔고(高)'로 전환하자 헤지펀드들은 그동안 쌓아뒀던 엔 캐리 포지션(엔화 매도/달러 매수)를 청산하고 '엔화 매수/달러 매도'로 전환하고 있다.

작년 10월말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150엔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1월 중순 엔화 가치가 8개월 만에 127엔까지 올랐을 때도 모두 뉴욕 외환시장에서의 움직임이었다. 투기세력이 주로 거래하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큰 흐름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대규모 금융완화를 주도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8일까지다. 총재 교체를 계기로 일본의 금융정책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는 와타나베 부인과 엔 캐리 트레이드의 동향은 올해 엔화 가치를 결정할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이토 유지 크레디아크리콜 외환부장은 "엔고가 진행되면 환차손이 금리차익을 갉아먹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속히 해소된다"라며 "엔화 가치를 5~10엔 정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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