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 사이에서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지며 조합원의 부담이 늘어난 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류지 매각조차 어려워지면서 입주민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 제2지구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2021년 입주를 진행한 이후 1년 넘게 이전고시 절차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시공사와 공사비 지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다 조합원 개인에 대한 분담금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이 개별적으로 이전 등기하려면 '이전고시'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건물 준공 승인이 이뤄지고 조합이 확보한 토지건물 소유권을 입주자에게 분배하는 절차다. 구청이 이전 고시를 확정해야 입주자들이 사는 집에 개별 등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치2지구의 경우, 이전 고시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이미 입주를 한 주민이 등기를 1년 넘게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내 돈으로 산 아파트인데도 등기를 못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등기를 해야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데 내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합 측은 공사비 문제와 관련해 조합 예비비를 활용,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해 이전 고시를 우선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합원 분담금을 더 증액하지 않으면서 이전 고시 절차를 완료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조합이 가진 보류지를 매각해야 사업비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탓에 보류지 매각도 난항이다. 실제로 조합은 최근 보유하고 있는 전용 59㎡와 77㎡에 대한 보류지 매각을 진행했다. 입찰 기준가는 각각 19억2600만원과 23억7600만원이었다. 그마저도 유찰이 반복되며 최초 입찰기준가 대비 5억원 가까이 낮아진 가격이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해당 보류지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시장에 나왔는데 당시에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 가격이 계속 내려갔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할인해서라도 팔아 사업비를 확보하는 게 이득인데 기준가를 더 내리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이전 고시를 못 거쳐 입주민이 손해를 입는 경우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9510가구 대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과거 등기가 늦어지면서 비조합원 수분양자들을 중심으로 조합 측에 “제때 아파트를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마포 핵심 지역 재건축 아파트로 평가받았던 마포자이3차 역시 입주 2년이 넘도록 등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등기 지연 단체소송이 제기됐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