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밀리지도 오르지도 않아 '엉덩이가 무거운' 종목으로 통하는 금융주가 최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주를 모아둔 금융펀드들도 상승하고 있다. 가파르게 올랐음에도 증권가는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다"며 "여전히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금융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 평균은 30.63%였다. 테마별 펀드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기간을 1년으로 넓혀서 보면 금융펀드들은 평균 2.87%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즉 최근 들어서 주가 보폭을 넓히며 크게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금융펀드는 전부 상장지수펀드(ETF)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금융', 'TIGER 은행', 'TIGER 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은행', 'KODEX 증권주', KB자산운용의 'KBSTAR200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TIGER 은행과 KODEX 은행 등 두 종목의 가격은 최근 3개월간 32% 넘게 올랐다. 두 종목의 해당 기간 수급을 보면 개인이 팔고 기관과 외국인이 사들이는 양상이다.
증권가는 금융펀드가 크게 뛴 데에는 주주환원 증대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주주환원율 상승은 금융지주(은행) 주가에 긍정적이다. 주주환원율이 오르면 지속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올릴 근거가 되고, 이는 목표주가 산출을 위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상향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2023년 새해가 밝자마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른바 '은행주 캠페인'을 시작했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기반한 자본배치 정책과 목표주주환원율, 대출자산(RWA) 관리에 기반한 주주환원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은행주 재평가를 위해선 주주환원 강화가 필요한 가운데, 얼라인파트너스가 관련 논의에 불을 지피며 은행주가 연초부터 대폭 오른 것이다.
여기에 대형 금융지주들이 작년 초부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금융회사 의사결정을 존중한다"며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금융지주별로 주주환원정책의 변화가 공시되거나 발표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각사에 주주환원책을 다음 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와 공정공시로 도입할 것으로 요구한 만큼 각 금융지주의 중기적 자본정책은 2월 7~9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적 개선과 작년 4분기 양호한 순이자마진(NIM)의 흐름도 금융펀드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금융지주·은행 6개사의 합산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를 4.7% 밑돈 것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6% 증가한 수준이다. NIM이 25BP 상승하면서 순이자이익이 17.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강승권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NIM의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조달비용 상승 효과가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신규 대출 기준으로 가산금리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NIM의 상승은 올 2분기에 변곡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금융주와 금융펀드, 지금 담아도 되는 것일까. 단기 상승폭이 컸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매수 적기라는 의견이다.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심해지면서 NIM 정점 우려가 나오는 등 위험 요인도 있지만 배당 기대감이 현실화할 경우엔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높은 ROE 대비 낮은 PBR의 배경이 대부분 규제리스크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배당에서라도 일부 우려가 해소될 경우 멀티플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의 외국인들의 은행주 매수세도 당분간 추세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기대감에 힘이 실린다"고 밝혔다.
최유준 신한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기대감으로 은행업이 두루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가운데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상승여력은 남아있다고 본다"면서도 "그간의 상승이 빠르고 가팔랐던 만큼 가격 조정이 올 때 관련 종목과 펀드를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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