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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랜저야 코나야 스타리아야?"…'車 패밀리룩'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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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가 나올 땐 '스타리아 세단 버전이냐?'라고 하더니, 신형 코나가 나오니 '그랜저 SUV 버전이냐?'고 하네요."

최근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현대자동차의 전면부 '일자눈썹' 디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미래형 자동차 느낌이 든다"거나 "세련됐다"는 의견부터 "차급별로 개성이 있었던 옛날 모습이 더 낫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내놓은 2세대 코나 완전변경 모델 전면부에 이른바 '일자눈썹' 디자인으로 불리는 수평형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적용하면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주는 현대차의 차세대 대표(시그니처)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이 디자인은 2021년 출시한 대형 밴 스타리아와 지난해 6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나온 신형 그랜저에도 적용됐다. 올해 출시 예정인 1~2개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이 디자인이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디자인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는 현대차가 과거 내연기관 시대부터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까지 '끊김없이 연결된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고안한 디자인이다.

자동차 제조회사의 이 같은 '패밀리룩(동일착장)'은 원래 서양에서 가족끼리 행사에 참여할 때 통일성이 있는 옷을 맞춰 입는 전통에서 유래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같은 회사의 차량의 경우 동일한 디자인 유산(헤리티지)을 갖도록 해 브랜드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볼륨 모델(많이 판매되는 대중화 차량)에 패밀리룩을 처음으로 적용한 회사는 BMW. 1933년 공개된 모델 '303'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BMW의 패밀리룩인 전면부 '키드니 그릴'은 '327' 과 '328'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도 BMW의 핵심 디자인 요소로 적용되고 있다.


키드니(신장) 그릴은 콩 두 쪽을 나란히 배치한 모양과 같다고 해 지어진 별칭이다. 이는 사람의 내장 기관 중 신장의 모양을 생각나게 했고, '키드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기에는 다른 회사들처럼 하나의 그릴로 전면부를 채웠지만,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두 개로 쪼갠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앙 삼각별'을 패밀리룩으로 만든 벤츠는 1990년대 들어서야 유려한 캐릭터 라인을 앞세운 지금의 차체 외관을 완성했다.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를 각각 벤츠 '소(小), 중(中), 대(大)'라고 불릴 정도로 벤츠는 디자인 변화에서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벤츠의 보수성은 '어차피 디자인은 같으니 사고 싶은 차 크기만 정하면 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벤츠의 패밀리룩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전설적 디자이너 브루노 사코는 "벤츠는 어딜 가나 벤츠처럼 보여야 한다"는 디자인 철학을 얘기한 바 있다.


아우디는 '싱글 프레임 그릴',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을 패밀리룩으로 밀고 있다. 이 두 곳의 그릴 디자인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완성됐다. 포르쉐의 대표 패밀리룩 '개구리 램프'는 1940년대에 나온 모델부터 시작돼 여전히 회사의 상징적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2006년 현대차가 '헥사고날(Hexagonal, 6각형) 그릴'의 콘셉트카를 선보이면서 본격적 패밀리룩 시대를 열었다.

2005년 BMW 출신 토마스 뷔르클레 디자이너가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대차 패밀리룩 디자인은 '플루이딕 스컬프처' 모습을 띄게 됐다. 플루이딕 스컬프쳐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유연한 역동성을 보여준다는 디자인 철학이다.


헥사고날 그릴을 끼우고 처음 등장한 양산차는 2009년 나온 '투싼ix' 모델이다. 이후 아반떼MD와 i30(2세대)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돼 소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현대차는 2016년 3세대 i30를 내놓으면서 용광로에서 흘러내리는 쇳물과 한국 도자기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캐스캐이딩 그릴'을 패밀리룩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캐스캐이딩 그릴은 이후 아반떼, 그랜저IG, 투싼 등에 반영됐고 팰리세이드 같은 대형 SUV에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기아가 패밀리룩 차량을 내놓기 시작한 건 2006년 피터 슈라이어 디자이너가 오면서다. 1980년부터 아우디에서 일했던 슈라이어는 자동차 유력 매체들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차(車)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아우디TT'를 디자인한 인물이다.


그가 기아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오면서 만든 것이 '타이거노즈 그릴'이다. 첫 모습이 호랑이가 정면을 쳐다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에는 그릴이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면서 '타이거 페이스'로 진화했다.

타이거노즈 그릴이 처음 적용된 양산차는 2008년 나온 '로체'부터지만 큰 반향을 일으킨 건 2010년 출시된 'K5'다. K5의 날렵하면서도 유려한 디자인과 타이거노즈 그릴 모양이 잘 어울리면서 당시 연간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쏘나타를 위협할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


2010년 이후에는 타이거노즈 디자인이 그릴을 넘어 전면부 헤드램프까지 연결되며 '호랑이 얼굴'을 한 타이거 페이스로 변모해 K3, K5, K7을 비롯해 스포티지 등 차급을 가리지 않고 일괄 적용됐다.


2020년대 들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각국 완성차 업체들은 다시 한번 패밀리룩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엔진 없이 모터를 동력으로 삼는 전기차에는 공기를 흡입해 엔진룸으로 유입시켜 냉각 창구 역할을 하는 '그릴'이 기능적으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에 BMW는 키드니 그릴을 수직으로 길게 키우면서 초기 디자인으로 돌아가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릴에 블랙 패널을 덮는 디자인을 쓰고 있다. 현대차는 일체형 램프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기아는 전기차 고유의 패밀리룩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를 적용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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