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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새 당대표 선거에서 친윤계 당선을 위한 ‘안전장치’로 여겨진 ‘결선투표제’가 되려 친윤 후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윤 대 멀윤(멀어진 친윤)’ 구도가 굳어지면서 결선에서 안철수 나경원 의원 등의 표가 한 곳에 뭉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지난달 국민의힘은 당헌 당규를 고쳐 전당대회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때 1,2위 득표자를 상대로 다시 투표하는 제도다. 도입 당시 만해도 결선투표제는 친윤계 당선을 위한 ‘이중 장치’란 지적을 받았다. 1~2위에 친윤 후보가 한명이라도 올라가면 그때 표를 몰아 주기 위해 결선투표를 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당시는 김기현 권성동 의원 등 친윤계 후보가 난립해 친윤계 표 분산이 우려됐던 때다. 비윤계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세가 높은 점도 친윤계로서는 걸림돌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나 전 의원을 중심으로 전대 판도가 뒤바뀐 게 변수가 됐다. 당초 나 전 의원은 범친윤계 당권주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사의 수용’이 아닌 ‘해임’ 결정을 내리면서 나 전 의원은 기존 전통 당원 지지세에 더해 비윤 진영까지 확장성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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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 전 의원은 김기현 의원을 돕는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과 ‘친윤’ ‘반(反)윤’ 논쟁을 주고 받으면서 친윤계 주류와 각을 세우고 있다. 당권주자 안철수 윤상현 의원도 친윤계 비판에 가세하면서 ‘친윤 대 멀윤(멀어진 친윤)’, ‘김기현 대 반 김기현’ 구도는 더 굳어지는 분위기다. 결선에서 김기현 의원에 맞서 비윤·수도권 표가 한 곳에 뭉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1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나 전 의원, 안 의원, 유승민 의원 등 지지율을 합치면 50%가 넘는다”며 “중도에 있는 사람이 안 의원을 지지하는데, (안 의원이 탈락할 경우) 안 의원 표 3분2 정도가 나 전 의원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누군가를 막아 보려고 만든 결선투표,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누군가를 막기 위해서는 결선투표를 안 해야 될텐데"라고 적었다. 친윤계 후보 당선을 위해 도입한 결선투표제가 안 의원, 나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인 상황을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결선투표에서 수도권과 2040 당원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변수다. 지난해 6월 27.4%였던 국민의힘 20~40대 책임당원 비중은 지난 8월 33%로 늘었다. 수도권은 29.6%에서 37%로 증가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원이 늘고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서 과거처럼 버스로 당원을 동원해 조직 투표를 하기 어려워졌다”며 대중 인지도가 높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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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판도는 당심 향방에 따라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윤 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지지도 상승세를 여권은 주목하고 있다. 16일 에브리씨앤알이 폴리뉴스 의뢰로 14~15일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김 의원은 29.2%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리얼미터가 14일 공개한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당심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대통령과 원활하게 소통할 인물을 원한다면 김 의원 지지세가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수도권과 중도층의 표심을 갖춘 당대표로 표심이 향한다면 안 의원이나 나 전 의원의 지지세가 두터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에서 "결투표제 때문에 확장성이 중요해졌다"며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지금 여론조사 상위 3등까지인 김 의원, 안 의원, 나 전 의원 중 누가 더 확장성이 있느냐가 당 대표를 결정짓는 가장 큰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