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모든 차량의 SDV(소프트웨어 기반의 차량)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2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성능과 기능을 새로운 소프트웨어 설치를 통해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차량 플랫폼 △통합 제어기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기본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또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차량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가공해 혁신 서비스를 창출할 예정이다. 물류와 쇼핑, 레저, 숙박 등 다른 산업과의 제휴도 준비 중이다. 고객이 하나의 계정으로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로보택시, 로봇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품과 모듈 공용화, 설계 효율화, 다양한 서비스 출시 등이 쉬워지고 사업 모델을 마련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글로벌 SW 센터’를 설립해 SDV 개발 체계로 전환하고 그룹의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을 주도한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향후 자동차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조속히 확보해 SDV 개발 체계의 조기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설립한 로봇 인공지능(AI) 연구소도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주축이 돼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될 기술을 확보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창업자인 마크 레이버트가 연구소장을 맡아 현지 우수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로봇 AI 연구소는 로봇 기술을 여러 제품군에 적용할 수 있도록 AI 모델을 개발해 로봇 제어의 한계에 도전할 예정이다. 로봇 AI 플랫폼은 외부에도 판매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배송 서비스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다. 우선 경기 수원의 주상복합단지 ‘광교 앨리웨이’, 화성의 ‘롤링힐스 호텔’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이 로봇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플러그앤드드라이브모듈(PnD 모듈)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최적화된 경로를 찾는 데다 장애물 앞에서 멈추지 않고 피할 수 있어 빠르고 안전한 배송이 가능하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최종 단계인 라스트마일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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