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차장은 작년 8월 29일부터 12월 18일까지 약 4개월간 열린 왕중왕전 대회에서 수익률 47.58%로 최종 우승했다. 그를 비롯한 참가자 10팀은 전부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한경 스타워즈 대회 참가자 1·2등 수상자들이었다.
임 차장이 겨룬 상대는 쟁쟁한 투자 고수들만은 아니었다. 시장을 상대로도 완승을 거뒀다. 대회 전날 2481포인트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대회 마지막날 4.88% 밀린 2360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무려 10.6% 빠졌다. 국내 대표지수가 손실을 볼 때 48%에 달하는 수익률을 끌어낸 것이다.
작년 대회기간 코스피는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었다. 연초 기록했던 2900선과 점점 멀어지며 9월 말 한때 2134.77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4분기 들어 미국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둔화세가 확인되면서 연말 추세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내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지수는 힘을 잃었다.
코스피 5% 빠질 때 48% 수익…비결은 '현장과 공부'
임 차장은 대회 전부터 '현장 전문가'로 관심을 모았다. 기업탐방을 간 상장사만 500곳을 웃돈다. 이번 대회 우승도 현장에 가진 강점을 적극 활용한 게 유효했다는 설명이다.그는 '잘 아는 종목을 오래 갖고 있어라'는 오래된 증시 격언대로 실천했다. 임 차장은 "대회 중 매매한 종목들은 대부분 탐방을 다녀왔거나 실제로 보유 중인 종목들이었다"면서 "주요하게 들고 있던 삼천당제약과 성신양회 같은 종목들은 꾸준히 시간을 들여 공부해온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대회기간 임 차장은 삼천당제약과 엔케이맥스, 에이프릴바이오 등 제약·바이오업종에 집중 투자해 수익률을 관리했다. 작년 하반기 미국장에서 바이오 관련주들의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았고 당시 주가가 고점 대비 50~70%가량 빠져서 낙폭이 과대하다고 봤다. 그는 "대회기간이 하락장과 반등의 시기였고 4개월간 주도업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다양한 업종에 걸쳐 개별주에 투자했다"며 "바이오 분야에 더 비중을 준 것은, 낙폭 과대 국면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차장은 이미 많이 오르거나 손실 본 종목을 팔고 오를 만한 종목으로 갈아타는 '교체매매' 방식을 적극 시도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순수 주식만으로 승부를 보겠단 다짐에서, 시장의 방향성을 노린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회 내내 주식비중 100%를 유지했다.
그는 "전략 종목은 길게 들고 가면서 비중조절을 해 갔고,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은 단기에 움직일 종목으로 채웠다"며 "상승할 싹이 보이지 않는 종목들은 빨리 매도하고 새로운 종목으로 갈아타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차장은 "욕심을 줄인 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보유 주식들이 올라가면 최고점에서 매도하려고 하기보다는 적당히 분할해서 익절(이익을 보고 매도)했는데, 하루의 변동성도 큰 시장에서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손절(손해를 보고 매도)도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임 차장은 매매 종목 중 '삼천당제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대회 개막 이후 줄곧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삼천당제약은 지난 10월13일 2만6100원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가를 찍었다. 하지만 직후부터 꾸준히 오르더니 12월13월 장중엔 5만900원을 기록했다. 최저가 대비 9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 차장은 삼천당제약 주가의 상승 흐름에서 덕을 많이 봤다.
그는 "개인적으로 장기 최선호주였던 삼천당제약을 대회 초반부터 거의 끝날 때까지 비중조절을 하면서 가져갔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4개월간의 대회엔 적합하지 않은 종목이라고 생각해서 대회 전부터 전략 종목으로 삼을지 말지를 오래 고민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2등을 한 손지웅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차장과 엔케이맥스, 삼천당제약, 영풍정밀 등 많은 종목들이 겹쳤던 점도 재밌었다"고 했다.
올해도 변수 산적…"인내심 갖고 잘 아는 업종·종목에 집중"
올해 증시는 어떨까. 증권가는 대체로 '올해는 반등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주식시장이 연간 20% 넘게 급락한 이듬해엔 플러스 성과를 주목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과 외국인 수급 유입 등의 영향으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2386.09)까지 8거래일 상승했다. 올 들어 벌써 150포인트가량을 회복했다.다만 임 차장은 안심하기엔 변수가 많다고 했다. 당장 지금의 분위기만 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데다, 작년 4분기 실적시즌이 본격화할 경우 추가적인 이익전망이 하향조정될 것으로 봐서다.
그는 "작년 패닉장에 비하면 지수가 많이 빠져있는 데다 환율은 점차 안정되고 있어서 올 초는 짧게나마 반등세를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올해도 여전히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축소하고 있는 중이란 점에서 마음 편히 투자하기는 어려운 시장임엔 분명하다. 또 상반기 중 일본은행(BOJ)의 긴축 여부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별 재료가 부각되는 종목과 시장 주도주 위주로 매매하되 손절선을 짧게 잡고, 레버리지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며 "투자자 본인이 잘 아는 업종이나 종목을 정해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매수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