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침체로 고소득층 직장인 사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경기침체 시기에는 서비스업과 생산업종 노동자들 사이 감원 바람이 불었으나, 이제는 높은 연봉을 받는 '화이트칼라'(사무직)가 대거 해고되는 등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에 부는 '화이트칼라' 감원 칼바람
11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미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최대 3200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3000명을 감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이며, 전 직원의 7%에 육박하는 수준의 감원이다. 또한 실리콘밸리에도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은 1만8000명 이상을 줄이고, 세일즈포스는 전 직원의 10%를 감축하고 일부 사무실을 폐쇄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미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기업 감원 현황을 집계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해고된 기술 노동자들 대부분이 사무직 노동자라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해고된 1000개 이상의 정보기술(IT) 회사들에서 약 15만명이 넘는 사무직 노동자가 해고됐다.
과거 경기침체 시기에서는 블루칼라(생산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감원 칼바람이 불었으나, 최근에는 고임금 사무직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이러한 현상을 '리치세션'(Richcession)이라는 신조어로 설명했다. 리치세션은 부자를 뜻하는 '리치(Rich)'와 불황을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의 합성어다. 오히려 저소득층은 이전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으로 가계 사정이 개선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불황 상품' 복권, 가장 많이 사는 건 4분위·화이트칼라
한국에서도 경기침체를 체감하는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많다는 분위기가 복권 판매량에서 나타나 최근 주목을 끌었다.복권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는 대표적 불황 상품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복권 판매액은 4조원대를 유지하다 코로나19 대유행 후 크게 뛰었다. 경기가 나빠지자 '인생 역전'을 노리고 복권을 사는 사람이 많아진 셈이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6조4292억원(잠정)으로 전년에 비해 7.6% 증가했다. 판매액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지난해 복권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권 구매 경험자를 가구소득 5분위별로 나눠봤더니 상위 20~40%(4분위)에 해당하는 월 466만~673만원 소득자가 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분위(317만~465만원) 26.5%, 2분위(189만~316만원) 17.7%, 5분위(674만원 이상) 10.9% 순이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118만원 이하)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32.1%), 자영업(20.2%), 전업주부(18.9%), 블루칼라(17.9%), 무직/은퇴(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복권위 측은 "어려운 계층이 주로 복권을 구입한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