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요리하는 주부들은 손에 칼을 쥔 모습만 봐도 쇼호스트가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다 압니다. 진심을 담아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직접 요리해야 하는 이유죠.”
올해로 쇼호스트 경력 20년 차를 맞은 전석민 씨(46·사진)는 “국내 최고의 식품 전문 쇼호스트가 되기 위해 요리 공부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그는 “내 이름을 내걸고 식품 브랜드를 론칭해 가정간편식(HMR) 등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씨는 2001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뒤 이듬해 MBC 특채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했다. 그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우연히 극단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며 “이후 일이 잘 풀려 MBC 특채 탤런트로 데뷔했다”고 말했다.
연예계에 발을 담갔던 전씨가 ‘식품 쇼호스트’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6년 NS홈쇼핑에 입사하면서다. 탤런트 데뷔 이후 주요 오디션 최종 단계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던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하며 쇼호스트에 지원했다.
당시 남성 쇼호스트들이 가구, 가전 등의 제품을 판매한 것과 달리 그는 식품을 자신의 주요 분야로 삼기로 했다. 전씨가 몸담은 NS홈쇼핑이 60% 이상을 식품 방송으로 편성해야 하는 ‘식품 전문 홈쇼핑’인 만큼 메인 쇼호스트가 되기 위해선 식품을 판매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1시간 방송에서 랍스터 7억원어치, 닭발 3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등 기록을 세우며 NS홈쇼핑의 ‘간판 쇼호스트’가 됐다.
전씨는 “다른 쇼호스트와 차별화한 강점은 직접 요리하는 쇼호스트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한 것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셰프와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것을 셰프들 사이에 은어로 ‘튀다’라고 말한다”며 “방송 초기엔 셰프의 이런 표현을 못 알아들었지만 알아듣는 척하면서 방송했다”고 회상했다.
전씨는 방송을 하면서 요리학원에 다녔다. 본인 소득의 10분의 1을 요리학원에 바쳤다는 전씨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식·양식·중식·일식 조리기능사를 모두 취득했다.
2020년부터는 3년 연속 ‘한국식문화세계화대축제’에 참가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12월 참가한 ‘제10회 한국식문화세계화대축제’에서는 해신탕, 단호박갈비, 수삼정과 등을 선보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전씨는 “방송에서 직접 판매한 전복과 스테비아를 주재료로 사용했다”며 “재료의 특징을 잘 알고 요리한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했다.
NS홈쇼핑 입사 이전의 경력까지 합치면 도합 20년 차 베테랑 쇼호스트인 전씨가 방송 중 바라보는 대상은 시청자나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셰프만이 아니다. 입점 협력업체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전씨는 “반건조 모둠버섯 상품을 당시 목표 판매액 대비 120% 달성했는데 방송이 끝나자마자 협력사 사장님이 무릎을 꿇고 ‘고맙다’고 말하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홈쇼핑 방송을 통해 협력업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본인을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전씨는 “내 이름을 건 가정간편식 등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이미경/사진=최혁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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