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세계은행은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를 경고했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시장 또는 Fed, 둘 중 하나는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는 보합세 속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 코스피 강보합세 출발 전망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이슈 및 금리 상승 등으로 장 초반 변동성을 확대하기도 했으나 개별 종목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상승한 점은 11일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MSCI 한국 지수 ETF는 0.33%, MSCI 신흥 지수 ETF는 0.72% 각각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40.30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5원 하락 출발, 코스피는 0.5% 내외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러셀2000 지수가 1.49% 상승하는 등 여타 지수에 비해 상승 폭이 컸다는 점은 전반적 투자심리가 견고함을 의미하고 있어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이슈가 지속되고 특히 무역 규모가 감소하는 등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가 부각된 점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Fed와 평행가도를 계속 달리면서 상승하고 있는데 시장과 Fed 둘 중 하나는 진실의 외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며 "이런 괴리를 좁힐 수 있게 만드는 첫번째 이벤트는 현재 6%대 진입을 예고하고 있는 12월 CPI(컨센서스 6.5%, 최저 6.3%, 최고 6.8%)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단기 비자 발급 중단으로 금일 역시 화장품, 호텔, 게임 등 중국 테마주들은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다만 전반적인 국내 증시는 전일 미국 증시 강세, 우호적인 환율 및 외국인 수급 환경 속에서 중립 수준의 주가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 분위기가 양호했고 파월 의장의 연설에서 원론적 답변외에 통화정책 언급이 없었던만큼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내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위든 아래든 한차례 변동성을 야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세계은행, 올해 세계성장률 3.0%→1.7%로 하향…"침체위기" 경고
세계은행(WB)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투자 감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6월 보고서에서 전망한 3.0%보다 1.3%포인트 낮은 것이다. 경기침체를 겪은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경제 둔화로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1.9%포인트 낮은 0.5%로 하향했다. 유로존의 경우 성장이 정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2.7%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4.3% 성장률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과 외부 수요 약화를 반영해 작년 6월보다는 0.9%포인트 낮췄다.
■ 파월 "Fed, 정치로부터 독립 확보해야…인기 없는 조치할 수도"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란 목표를 위해 통화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파월 의장은 이날 스웨덴 중앙은행 주최 심포지엄 참석해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은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며 "연준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위한 수단을 쓰고, 대중과 의회의 효과적인 이해·감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투명성을 제공함으로써 그 독립성을 지속해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법에 근거한 목표 및 권한과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은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헤매지 말고 우리의 일에 전념해야 한다"며 "통화정책 독립성은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로부터 통화정책을 보호하는 이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의 독립성 강조 발언은 연준이 정치권의 고려에 따라서도 그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압박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는 "물가 안정은 건전한 경제의 기반"이라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는 것과 같이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조치가 요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통제가 없으면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이러한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명확한 입법 없이는 녹색 경제를 촉진하거나 기타 기후 기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의 통화 정책이나 감독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우린 기후 정책 입안자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美 증시 상승 마감
미국 증시는 이번 주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중앙은행(Fed)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며 올랐다.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186.45포인트(0.56%) 오른 33704.10으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27.16포인트(0.70%) 상승한 3919.25로, 나스닥지수는 106.98포인트(1.01%) 뛴 10742.6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소화했다. 미셸 보우만 Fed 이사는 이날 한 행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종목 중에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예상보다 분기 손실이 확대됐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27% 이상 반등했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회사 인력의 20%를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12% 이상 올랐다.보잉의 주가는 모건스탠리가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동일비중'으로 내렸다는 소식에 1% 가까이 하락했다.
■ 바닥 찍은 실적과 '헤어질 결심'한 국내 종목은
국내 상장사 일부 종목들이 실적 부진에도 주가가 오르고 있다. 실적이 바닥을 찍고 곧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면서다. 실제 작년 4분기 실적이 크게 쪼그라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일이던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3.42%, LG전자는 5.76% 올랐다. 반도체·가전 업황 부진 등으로 인한 실적 하락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로 읽히며 기대가 퍼졌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은 경기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볼 종목으로 LG전자, 대한유화, 삼성전기 등을 꼽았다.
하나증권은 주가 하락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떨어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진 종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부합하는 종목으로 GS건설, 코스맥스, 넷마블 등을 꼽았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