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절반가량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하자는 전문가 제안이 나왔다. 10일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국민연금연구원이 주관한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다. 국민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퇴직연금을 ‘소방수’로 활용하자는 취지지만 퇴직연금 수급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 측은 일단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주 기여금의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직장인이 회사에서 받는 퇴직금(연봉의 8.3%) 중 4.3%는 중도 인출이 안 되는 ‘강제 퇴직연금’으로, 4%는 국민연금으로 시차를 두고 전환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퇴직연금 사업주 기여분 8.3% 중 4%를 국민연금으로 돌리면 현재 직장인 월급의 9%(사업주와 직장가입자가 4.5%씩 분담)인 국민연금 보험료가 13%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렇게 하면 사업주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오르지 않으므로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2050년대 중반 고갈 예정인 국민연금에 비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2010년 29조원에 그쳤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1년 295조원으로 11년 새 10배나 늘었다.
최 교수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함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퇴직연금 가입을 강제하거나 최소 55세까지 중도 인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퇴직연금은 2021년 기준으로 95.7%(계좌 기준)가 일시금으로 중도 인출되는 등 연금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퇴직연금 도입 단계적 의무화, 중도 인출 제한 등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올 상반기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근로자 몫인 퇴직연금 중 일부를 떼내 국민 전체의 노후보장 용도인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하는 방안은 논란이 될 수 있다. 관련 근로자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현재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며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생겨야 검토 가능하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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