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놓고 막판 장고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의 출마 포기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출마를 결행할 경우 사실상 대통령과 맞서는 구도로 전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지율 1위인 상황에서 출마를 포기하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사실상 끝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은 이번주 위원회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잠행에 들어갔다. 10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열 예정이던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당대표 출마를 놓고 의견을 나누던 의원들의 전화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부위원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지난주에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아는데 대통령실이 연이어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다시 고민에 빠진 것 같다”며 “다만 아직까진 출마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해촉’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를 “출마를 포기하라”는 메시지로 읽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런 해석을 적극 부인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저출산 대책이라는 중차대한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과 나 부위원장 간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고 보면 된다”며 “한 번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겠느냐”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나 부위원장 출마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위험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 초선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출마를 강행하면 대통령과 맞서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집권 2년 차에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당원이 많아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 비윤(비윤석열)계 의원은 “출마했다가 떨어지면 내년 총선 공천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지지율을 믿고 출마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전국으로 당원 교육까지 돌면서 사실상 출마 의지를 내비쳤는데 지지율 1위 주자가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고 출마를 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실 입김이 어떠하든 당원 지지가 탄탄하다는 점이 입증되는 것이어서 바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사면초가’ ‘진퇴양난’에 처한 나 의원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출마 고심이 길어질수록 정치적 손익을 따지는 이미지만 굳어질 수 있다”며 “리스크를 안고 출마를 결행할지는 전적으로 나 부위원장의 판단과 배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좌동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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