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9일 17: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북미 최대 개인간거래(C2C) 패션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1조6700억원에 인수 완료했다.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네이버는 자체 보유현금을 비롯해 달러 차입을 통해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오랜 기간 무차입 경영을 이어왔던 네이버가 수년간의 적극적인 M&A로 재무 체질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39%는 자체 조달, 61%는 달러 차입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포시마크 주식취득 대가로 13억1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를 지불했다. 포시마크 지분 전량의 가치(14억7000만달러)에서 포시마크 현금 사용액(1억6000만달러)을 제외한 금액이다. 네이버는 포시마크가 보유한 가용 현금 중 약 21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활용했다. 미국 상법에 따라 인수대상 기업의 현금 또한 인수대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포시마크는 현금성자산으로 미지급금 약 1억달러를 제외한 4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인수계약을 체결할 당시 예정됐던 16억달러(약 2조3400억원)와 비교하면 합병대가 부담은 큰 폭으로 줄었다. 자산총액 대비 취득가 역시 기존 6.96%에서 4.95%로 낮아졌다. 포시마크 기업가치는 12억달러, 주당 17.90달러 기준으로 변동이 없었지만 스톡옵션과 RSU(제한조건부주식) 등 주식보상이 거래 종결 단계에서 제외된 영향이다. 합병계약서에 따르면 이들은 보통주와 동일한 금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전환, 네이버가 포시마크 보유현금을 활용해 일시 지출했다.
네이버는 13억달러 규모 인수금액 중 약 5억달러(약 6200억원)를 자체적으로 투입했다. 포시마크 현금 약 2100억원도 포함된 기준이다. 네이버 자체 현금은 4000억원 정도 쓴 셈이다. 작년 3분기말 별도 기준 네이버의 현금성자산은 1조576억원이었다. 나머지 약 8억달러는 기존에 보유 중이던 달러화 자산 일부와 함께 외부 금융사를 통해 달러 기반 차입금을 대출 조달했다.
전체의 61%에 이르는 외화 차입 비율은 당초 예상보단 크다는 평가가 많다. 회사는 우량한 신용등급에 기반해 비교적 저금리에 론을 조달했다는 입장이지만 왓패드 인수와 비교하면 차입 규모가 두드러진다. 네이버는 2021년 왓패드 인수 당시 인수대금 6848억원 중 5079억원은 현금, 1769억원은 자사주를 활용해 자체 마련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여러 경로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투자자산 중 일부 구주를 패키지딜로 매각을 타진 중이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이번 포시마크 인수에 현금 일부를 제외하고는 PEF 없이 순수 론으로 조달했다. 현재 추진 중인 비유동성자산 유동화를 통해 차입한 달러를 갚으려는 계획"이란 설명이다.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기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높은 인수가와 조달 부담 탓에 협상 성사로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차입 경영 기조에 종지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서 컨퍼런스콜에서 "포시마크 인수로 늘어나는 차입금 비율은 향후 2년 이내로 다시 회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며 재무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밝혔다. 현재 추진 중인 유동화 작업을 고려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기적인 이익률 지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조정단기차입금 의존도는 2021년말 1.7%에서 작년 3분기말 4.2%까지 치솟은 상태다. 조정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3조9614억원에서 4조3884억원으로 늘었다. 네이버는 창립 이후 꾸준히 무차입 경영을 이어온 기업이다. 2020년 -1조9421억원을 마지막으로 줄곧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해왔지만 2021년(203억원) 말부터는 차입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단기차입금 상환으로 3분기 81억원의 순현금을 냈으나 이번 인수로 순현금 상태는 다시금 깨지게 됐다. 2021년 왓패드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문피아,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 올해 포시마크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M&A에 나서면서 무차입 경영에도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 나온다.
인수 결정 당시 S&P는 "네이버가 포시마크 인수로 신용도 유지 여력이 감소했다"며 "2022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이 약 1.0배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S&P가 신용등급 하향 기준으로 내건 1.5배보다 낮지만, 인수 전인 현재 추정치 0.5배보다는 높다. 여전히 1.0배라는 것은 재무상태가 건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적자기업 인수에 수익성은 우려 요소
이번 M&A는 네이버가 C2C 전자상거래가 늘고 있는 북미를 거점으로 글로벌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커머스와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네이버가 커머스와 소셜을 결합한 마켓플레이스 모델의 포시마크를 결합하면 가치가 극대화할 것이란 구상이다. 포시마크 연결편입 시 매출 증가 효과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포시마크가 향후 3년 연평균 20% 이상의 매출액 성장률을 기록하고, 2024년 조정 EBITDA 흑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1인당 평균 구매액이 하향세인 점은 우려 요소다. 포시마크의 지난해 상반기 활성사용자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6% 늘었지만 거래액(GMV)은 7.3% 증가에 그쳤다. 자연히 1인당 평균 구매액은 줄어 2021년 상반기 65.5달러에서 작년 60.5달러를 기록했다. 마케팅비용 비중도 높다. MZ세대 가운데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들과의 제휴 및 TV 광고 등을 통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매출이 오르는 효과는 있었으나 같은 기간 321억원이던 영업손실이 작년 533억원에 이르렀다. 마케팅비 투자를 관건으로 보고 있는 만큼 비용 증가 부담을 단기간 떨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시마크는 2021년 당기순손실 1411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연결 수익성에도 당분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