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최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규제를 풀었다고 해서 주택 가격이 오르길 바라지도 않을 뿐더러 오를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 참석차 미국을 찾은 원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집값을 부양하는 게 맞는 방향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원 장관은 "현재 금리 상승이 끝나지 않았다고 보여지고, 하락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택 가격 자체가 너무 높다는 점에 대해선 입장을 바꾼 적도 없고, 앞으로 바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실수요자"라며 "청약 당첨자 등 가격과 관계없이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거래 단절로 도로가 끊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거래 단절로 가계 파탄이 오는 부분에 대해 숨통을 트고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부동산발(發) 금융 타격, 금융발 실물 시장 타격이 올 수 있고, 순식간의 연쇄반응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시장 기대보다 앞당기고 강도를 높인 게 맞지만, 과거처럼 빚 내 집을 사라거나 가격을 부양하려는 것과는 의도도 다르고 결과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유지로 "빚을 내려고 해도 낼 수 없다"고도 했다. 원 장관은 월세비율이 높은 미국 부동산을 언급하면서 "미국 부동산 문제가 우리보다 심각하다"며 "미국은 소득 대비 집세 비중이 거의 40~50%까지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태에 대해선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며 전세대란이 발생하고, 여기에 갭투자가 들어왔다"며 "여기에 조직적으로 범죄적으로 머리가 잘 도는 사람들이 들어와 공범으로 묶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사기의 여지를 철저히 단속해 틀어막으려 한다"며 "속일 수 없게 정보를 공개하고, 중개사와 감정평가사의 결탁을 강력 제재하고, 국세청 정보 같은 것은 수요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게 전 부처가 달려들어 하고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세제도 자체의 개선에 대해선 "전세 제도 자체는 시장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전반적인 제도 수술에는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이날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 마르시아 퍼지 주택부 장관과 잇달아 면담을 진행했다.
원 장관은 퍼지 장관과 만나 "저금리 시대 주택 가격 폭등, 고금리 시절 주택가격 하락 등 여러 불안 요인에 대해 주고받았다"며 "주택 정책에 대해 미국도 한국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실무적 교류를 구축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부티지지 장관으로부터는 "오는 5월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교통장관 회의 초대를 받았다"며 "모빌리티 분야에서 한국이 치고 나가기 위해 후속작업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