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차고 강해 보여야 할 때, 화장은 당신에게 힘을 줄 것이다.”
언뜻 보면 지금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화장을 ‘꾸밈 노동’으로 구분 짓고, 외적인 모습보다 내적 자신감과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세태를 감안하면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메이크업 스토리>를 펴낸 리사 엘드리지는 ‘화장으로 먹고사는’ 세계적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엘드리지는 화장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하지만 나쁘게 볼 것만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화장이 정체성이나 개성을 드러내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 그리고 빨간 립스틱이나 스모키 아이섀도를 바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여성에게 커다란 힘이 된다”는 것이다.
화장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얼굴과 몸에 무언가를 바르기 시작한 최초의 목적은 자신과 부족을 보호, 위장하거나 의식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고대인들은 얼굴에 색을 칠하면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확인했고, 적에게 용맹함을 드러냈다. 이집트인의 화장에는 종교적 의미와 눈병 예방이라는 신체 보호의 목적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화장이 활성화된 고대 이집트의 여성들이 수백 년 후보다 더 나은 자율권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책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엘리자베스 1세, 측천무후 등 시대를 지배했던 여성과 오드리 헵번, 매릴린 먼로 등 ‘화장의 뮤즈’로 떠올랐던 아이콘들을 통해 그들이 추구했던 독창적인 이미지와 시대상에 반영된 화장법도 두루 다룬다.
상업적인 화장품 제조 사업은 18세기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세기 중반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들이 탄생한 건 그동안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었던 화장품이 대중을 위한 것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는 화장의 1차원적 정의를 버리고 그 안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다양성을 담는다면 ‘권력 분산의 수단’이 될 것이라 말한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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