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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으로 겨우 카트 바닥만 채웠다"…설 앞두고 물가 폭탄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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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내내 지속된 물가 상승 여파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대형마트다. 신선식품은 이상 기후에 가격이 널뛰고 있고 가공식품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난 한 해 가격 상승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카트를 가득 채운 소비자들을 찾기가 힘들어졌다”고 입모아 말했다. 본격적인 물가 상승 이후 맞이하는 첫 설인 만큼 체감 물가 상승률은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카트 바닥 밖에 못 채웠는데…벌써 10만원

6일 방문한 서울의 한 대형마트는 주말 세일이 막 시작된 상태였다. 하지만 카트를 절반 이상 채운 고객들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통업체가 제철 과일, 시금치, 오이, 양파 등 채소류, 한돈, 달걀 등 축산품에 붉은 글씨로 할인 가격을 써두었음에도 소비자들은 쉽사리 제품을 카트에 담지 못했다.

직접 10만원 예산으로 장바구니를 채워본 결과 7개 품목만 담아도 한도를 금방 넘겼다. 종가집 포기김치(1.9kg), 해표 포도씨유(900mL), 파프리카 3개, 서울우유 흰우유(1L), 샘표 양조간장(1.7L), 스팸클래식(200g) 3개, 백오이 4개, 금산딸기(500g), 자연주의 동물복지 유정란(25알)을 모두 담아 계산하니 영수증에 11만200원이 찍혔다. 마지막으로 집은 1만9287원짜리 한돈 삼겹살(739g)은 장바구니에서 빼야했다.


이날 초등학생 딸과 함께 마트를 찾은 장모씨(42·서울 서대문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세일중인 품목만 골라 담아도 금방 20만원을 넘긴다”며 “딸에게 간식을 두 봉지 사줄 걸 하나만 사게 됐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위 품목들은 9만6456원이면 살 수 있었다. 1년만에 동일 품목 가격이 9.1% 뛴 것이다. 오이(53.7%), 달걀(20.4%), 포도씨유(18.6%), 포기김치(17.8%), 스팸(16.0%)이 특히 비싸졌다.
“기후변화에 인플레까지…물가 상승 계속된다”

작황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신선식품의 경우 엽채류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KAPI 지수는 작년 8월 중순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한반도에 폭염과 폭우가 반복됐고 평년보다 추석이 빨라 KAPI지수는 역대 최고치인 219포인트(9월 5일)를 찍었다.

주된 요인은 한파로 인한 엽채류 가격 상승이다. 양파(141.4%), 부추(75.6%), 상추(67.0%) 등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한파 때문에 보일러를 가동하더라도 하우스 작물들의 작황이 부진하다”며 “설 수요까지 고려하면 KAPI지수가 계속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겨울 과일 감귤도 한파로 가격이 뛰었다. 5일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노지 감귤(중형과) 도매 가격은 5kg에 1만34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42.8%, 1년 전보다 23.8% 올랐다. 12월 중순 이후 제주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됐고 폭설까지 동반해 감귤 수확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딸기는 작년보다 공급이 늘어 시세는 소폭 하락했다.


가공식품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가격인상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라면, 커피, 식용유, 포기김치, 통조림햄, 탄산음료, 우유, 과자 등 업계 전반이 가격을 올렸다.

지금으로선 장바구니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 한 식품 제조업체 구매담당자는 “한차례 가격 인상으로 급한 불은 끈 셈”이라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들여온 원재료들이 이미 소진됐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올해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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