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현대오일뱅크에 1509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유해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인 폐수를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다. 회사 측은 '배출이 아니라 계열사 공장으로 보내 재활용했으므로 오히려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처리가 안 된 폐수를 외부로 내보낸 것은 위법이며 오일뱅크 측도 위법임을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환경부와 현대오일뱅크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중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하겠다고 통지했다. 환경부는 2020년 시행된 개정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대한 법률' 상 페놀 등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규정을 적용했다. 1509억원은 개정 환경범죄단속법 시행 후 최고액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상황은 2019년 10월부터 약 2년 동안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발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공장 확장으로 폐수량이 급증하자 자체 처리 대신 대산공장 폐수를 인접한 계열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보냈다.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간 폐수엔 기준치 이상 페놀이 들어있었다.
이 사실은 단속이나 수사가 아닌 내부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2021년 8월 한 법무법인을 통해 국민권익위에 공익제보가 이뤄진 것이다. 결국 2021년 11월 충청남도 특별사법경찰이 현대 오일뱅크와 현대 OCI 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섰지만, 지난해 초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실 수사팀(특별사법경찰관)으로 이첩됐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폐수를 재활용한 현대OCI는 사용한 뒤 법 기준에 맞춰 정화한 뒤 방류했다는 설명이다. 또 현대OCI로 보내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처리를 했으며, 인접한 계열사 공장으로 관로를 통해 폐수를 보낸 것은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물 사용량과 폐수 발생량을 줄여 자원절약과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조치가 부과되면 적절한 절차로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했다. 법적 절차,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오일뱅크가 OCI로 폐수를 보내면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처리수로 만들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폐수가 보내지는 과정도 배출이며,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관로를 통해서도 충분히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실제로 폐수를 사용한 현대OCI 측에서도 현대오일뱅크에서 받은 폐수 탓에 공정작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여러 차례 이의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환경부는 법리 싸움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오일뱅크 측도 자체 법률 검토를 통해 위법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감면 신청서까지 냈다"며 "환경부도 절반 정도 수준의 과징금을 감면해줬지만 오일뱅크 측이 감액률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결국 감액률을 두고 벌어진 분쟁으로 풀이된다.
이어 "환경부도 거의 1년 동안 고심하면서 20번에 걸친 법률전문가들의 의견 검토 과정을 거쳐서 내렸기 때문에 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일뱅크가 자체적으로 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하려면 50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이 돈을 아끼려고 재활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처분이 확정될 경우 폐수 시설 설치비의 세 배 이상의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