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둔화로 침체에 빠진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 활성화를 위해 자산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어음(CP) 발행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에 본격 나선다. 금리 급등과 경기 둔화로 움츠러든 리츠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5일 리츠 활성화를 위한 ‘리츠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리츠는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우량 부동산에 투자해 투자 수익을 누리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2001년 리츠 제도 도입 후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중인 리츠는 총 350개, 자산 규모는 87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난과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시장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앞으로 헬스케어나 내집 마련 리츠, 리츠형 도심복합개발 사업에도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리츠 투자자산은 주택(51%)과 오피스(25.9%)에 집중돼 왔다. 또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CP 발행도 허용한다. 지금은 금융회사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만 가능해 자금 조달에 제약이 많았다. 만기가 짧고 증권신고서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CP 발행이 가능해지면 리츠의 조달 채널도 다각화된다.
리츠 자산 중 부동산으로 인정되는 범위도 넓어진다. 현재 부동산법인 지분 50%를 초과해 소유해야 부동산 투자 지분으로 인정하지만 앞으로 기준이 20%로 낮아진다. 감가상각비를 활용한 초과배당 인정 범위도 넓혔다. 현재는 리츠가 직접 실물 부동산에 투자한 경우에만 감가상각비에 대한 초과배당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하는 간접투자리츠는 배당 규모가 줄어드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업계에선 이 같은 정부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11월 말 상장 리츠의 주가는 6월 말에 비해 25% 급락했다. 일부 리츠는 상장을 연기하거나 유상증자 모집액이 미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주택·오피스에만 투자자산이 집중되면 특정 분야의 부동산 경기가 꺾였을 때 리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산이 많아지면 투자자로서도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부동산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서 공동 투자나 투자 협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박의명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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