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3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강조
LG전자가 자동차에 한 걸음 다가가는 모양새다. CES2023에서 이동 수단의 실내 공간을 가정의 거실과 동일 개념으로 정의하며 모빌리티 플랫폼을 표방하고 나선 까닭이다. 이는 그간 현대차가 줄기차게 강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궁극적으로 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현지 시간 4일 열린 LG전자 미디어 컨퍼런스의 대부분은 가전 제품에 집중됐지만 자동차 부품사업부 조현진 상무의 등장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자동차 운전석을 콕핏 컴퓨터로 규정하며 사람과 자동차의 커뮤니케이션이 결국 모니터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가 수행하는 자동차 전장부품의 미래를 제시했는데 자율주행 전기차가 LG전자 미래의 한 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 사실만 가지고 LG가 자동차에 진출해 현대차와 어깨를 견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러나 글로벌 종합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와 함께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에 들어간 점은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의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대목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LG전자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제시했는데 해당 부문은 현대차도 이미 사업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직접 경쟁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고려할 점이 바로 '이동 수단'이다. LG전자가 생각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이동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이동하려는 사람은 '이동 수단'을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서비스는 이동 수단에 기반하되 실질적인 만족은 이용자가 느끼도록 만드는 사업 구조다. 이 말을 쉽게 풀면 LG전자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이 대상이라는 의미다.
사실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은 이미 IT 기업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동 수단을 직접 만들지 않되 수많은 이동을 연결한다. 그리고 이 시장에 이동 수단을 제조, 판매하는 현대차그룹도 서서히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온디맨드 방식의 이동 서비스 '셔클'이 대표적이다. 셔클을 중심으로 모든 이동을 플랫폼 하나에 담으려 한다. 이를 위해 제조 단계부터 자신들의 서비스가 이용되도록 만드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실제 기아가 니로 전기택시를 내놓을 때 이용자와 공급자 연결을 위한 운전자 앱을 생산 단계부터 적용하려 했지만 택시 업계 반대로 한발 물러난 사례는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구축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선을 돌린 분야가 신차 판매다. 특히 택시 시장에 공급 가능한 제품을 글로벌에서 찾는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직접 제조는 못해도 직접 수입을 검토하며 거대 제조사의 서비스 플랫폼 시장 확대를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와 서비스 플랫폼 부문의 시장 경쟁에 대비하려면 이동 수단 공급이 수반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방어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수입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따라서 LG전자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구축은 IT 외에 제조까지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 탈피를 명분 삼아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전기차로 이동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충분히 가능해서다. 전장 부품의 공급에 머물지 않고 직접 이동 수단을 제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제조물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어 이동 서비스에 투입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개인 판매 시장에서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면서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그래서 LG전자의 완성차 사업 진출 가능성은 한 단계 높아졌다. 단, 소유하지 않고 오로지 이동 서비스에 사용된다는 조건에서다. 그런데 제조업은 언제나 판매가 돼야 지속성이 생기는 만큼 소유 시장을 가만히 놔둘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현대차의 미래 대응 방안이 궁금하다.
라스베가스=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