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으로 투자자가 이긴 사례가 나왔다. 법원은 DLF를 판매한 은행 측이 상품 구조와 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민사합의2부(부장판사 정정호)는 개인 투자자 A씨와 B씨가 DLF를 판 하나은행과 소속 프라이빗뱅커(PB)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과 PB에게 투자자 손실액의 60%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A씨는 2억6064만원, B씨는 8889만원을 받는다.
이들 투자자는 2018년 9월 하나은행을 통해 수익률이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동되도록 설계된 DLF에 투자했다. A씨는 5억850만원, B씨는 1억7570만원을 넣었다. 이 상품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게 유지되면 약속된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금리 차가 기준 이하로 좁혀지거나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면 손실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졌다. 원금 전부를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
2019년 하반기 세계 주요국 금리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해당 DLF 투자자가 대거 손실을 보게 됐다. 해외 CMS 금리와 연계된 DLF뿐만 아니라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 변동 폭에 따라 손익률이 달라지는 DLF와 파생결합증권(DLS)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원금 중 상당수를 날렸다. 당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이 사태로 투자자들은 70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A와 B씨 역시 원금의 15%가량만 겨우 건졌다.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을 본 A씨와 B씨는 2020년 10월 “하나은행 PB가 상품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과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은행 측은 투자자에게 상품 설명을 제대로 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상품 설명이 부족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PB가 원고들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사항을 설명하는 의무를 위반하고 손실 위험이 있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해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며 “상품의 손익구조를 충실히 안내하지 않았고 위험성보다는 수익성과 안전성만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나은행도 PB 교육과정에서 부실하고 부정확하게 설명했고, PB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해 DLF 사태의 피해를 키웠다”고도 했다.
다만 A씨와 B씨가 손실 위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도 반영해 배상 규모를 손실액의 60%로 제한했다. 투자자 역시 스스로 해외 금리가 해당 DLF의 수익보장 기준을 벗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쉽게 단정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DLF 투자약정은 사기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투자자의 손해배상 요구 목소리 역시 강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대법원까지 공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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