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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종금사 영업'하다 탈난 금융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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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의 기폭제가 된 ‘종금사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는 기업의 자금 조달(차입)과 운용(대출) 간 만기 불일치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위험을 갖는지 잘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종금사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3개월 만기로 차입해 국내 기업들에 1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해줬다. 연 2~3%포인트의 장단기 금리차를 먹기 위해서다. 그러다 동남아시아 외환위기로 신규 외화 조달이 끊기고 국내 한계기업이 줄줄이 쓰러지자 종금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급기야 예금인출 사태까지 내몰리며 연쇄 부도가 났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자금시장 경색은 종금사 사태를 빼닮은 측면이 크다. 악재가 더해지며 상황이 악화한 근본 배경에 금융회사의 조달-운용 간 만기 불일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기 미스매치'가 위기 불러
자금시장 경색의 시발점이던 작년 10~11월 증권사 보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어음(ABCP) 거래 중단 사태가 우선 그렇다. PF ABCP는 통상 3개월짜리로 차환 발행되지만 그 기초자산은 증권사가 제공한 2~3년짜리 대출 보증(대출채권 매입 확약 등)이다. ‘단기 조달-장기 대출’로 장단기 금리차를 먹는 구조는 증권사와 종금사가 동일했다. 부동산 호황 땐 ABCP 차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자 차환이 안 되기 시작했고 레고랜드 사태마저 터지면서 아예 시장이 마비됐다. 증권사들은 ABCP를 스스로 떠안으며 유동성을 고갈시켜갔다.

작년 11~12월엔 “최소 50조원의 매물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는 공포도 살얼음판 채권 시장에 추가됐다. 170조원 규모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계약 교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가 새 사업자에게 현금으로 넘겨줘야 해 보유 채권을 대거 매도할 것이란 우려였다. 통상 기업과 사업자 간 퇴직연금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12월에 약 80% 만기가 몰려 있고 실제 30% 정도는 교체되기 때문이다. DB형 사업자들이 1년 계약임에도 너나없이 평균 만기(듀레이션) 2~3년의 장기채권으로 운용하는 관행이 화근이었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제시해 사업자를 따내려는 무분별한 경쟁의 결과다.
신용위기로의 확대 막아야
다행히 자금시장은 상당히 안정된 채 새해를 맞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50조원+α’ 시장안정책 등이 효과를 내며 PF ABCP가 서서히 거래되고 있다. DB형 퇴직연금도 금융당국이 개입해 사업자 간 과열 경쟁을 막아 채권 매물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위기를 초래한 근본 구조가 바뀐 게 없어서다. 특히 3개월마다 차환해야 하는 PF ABCP 시장은 주택경기가 더 하강하면 언제든 다시 마비 상태가 될 수 있다.

금융사들은 시장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아진 지금 조달-운용 간 만기 불일치를 최대한 줄이고 자본 확충, 자산 매각 등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은 위기 재발 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ABCP나 퇴직연금시장처럼 과도한 조달-운용 간 만기 불일치를 유발한 제도적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고, 필요하면 개선해야 한다. 종금사 사태처럼 유동성 위기가 기업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신용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게 새해 모든 금융시장 관련자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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