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송치됐다. 앞서 신상 공개가 결정되며 공개된 사진이 실물과 다르다는 논란이 일었음에도 그는 마스크와 패딩 점퍼 후드를 눌러쓰고 얼굴을 철저히 가렸다.
이 씨는 4일 오전 9시께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정문 밖으로 나와 포토라인 앞에 섰다. 패딩 점퍼 후드와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을 가려 실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9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씨의 나이와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은 2019년 말부터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공개하고, 사진도 함께 배포하고 있다. 당사자가 동의하면 체포 후 촬영한 현재 사진(머그샷)을 찍어 공개하지만, 거부하면 신분증 증명사진을 공개한다.
이 씨는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고, 이후 실물과 다르다는 지적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이 씨 계정으로 추정되는 SNS에 올라온 그의 모습은 공개된 사진과는 차이가 있다며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회에서도 흉악범 신상 공개 때 실물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근 촬영한 얼굴 사진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살인·강간 등을 저지른 흉악범의 신상은 최근 30일 이내에 촬영한 얼굴을 사진을 사용하도록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과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범죄 피의자 얼굴을 대중이 식별하는데 용이해져 제도의 실효성이 커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범죄로부터 국민 안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촬영해 공개하는 규정을 추가한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의원은 "실효성 없는 신상 공개로 인해 오히려 무분별한 신상 털기 같은 불필요한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피의자의 재범 방지·범죄 예방을 도모하려는 신상 정보 공개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피의자의 최근 얼굴 공개를 통해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 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
이 씨는 이날 일산동부경찰서에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묻자 "죄송하다"고 답했다. 어떤 부분이 죄송하냐는 물음에는 "살해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다른 추가 피해자는 없느냐는 물음에는 "없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