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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처럼 움직이는 건반 위 네 개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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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의 악기를 두 명이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피아노다. 피아니스트 두 명이 의자 하나에 나란히 붙어 앉아 함께 연주하는 형태를 피아노 연탄(聯彈)이라고 한다. 연탄은 두 사람이 네 손으로 연주해 ‘포 핸즈(four hands)’ 연주라고도 한다.

피아노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앉아 높은음을 연주하는 사람을 ‘퍼스트’ 또는 ‘프리모’라고 한다. 왼쪽에서 낮은음을 연주하는 쪽을 ‘세컨드’ ‘세컨도’라고 부른다. 퍼스트는 주로 멜로디를 담당하고, 세컨드는 화성과 리듬으로 멜로디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연탄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혼자 칠 때보다 움직임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교보다는 재미를 중심으로 연주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유럽의 귀족들은 살롱 음악회에서 일종의 유희로 즐기곤 했다. ‘젓가락 행진곡’과 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연주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곡이 많아 아마추어도 즐겁게 즐길 수 있다.

짓궂은 작곡가는 두 연주자의 손을 일부러 겹치거나 스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표현할 때 피아노 연탄 장면이 종종 나온다. 배우 김희애·유아인이 출연한 TV 드라마 ‘밀회’(2014)에선 슈베르트가 작곡한 연탄곡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이 쓰였다. 두 사람이 이 곡을 함께 연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8)의 명장면 중 하나도 남녀 주인공이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며 마음을 키우는 장면이다.

피아노 연탄은 ‘누가 더 잘 연주하나’를 뽐내거나 경쟁하는 연주가 아니다. 자기 연주를 잘하는 것만큼 옆 사람의 연주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완성해나가다 보면 혼자 연주할 때보다 더 넓은 시야로 음악을 느끼게 된다. 두 피아니스트의 ‘환상의 호흡’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재미도 배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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