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올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우려가 일부 해소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경기침체 우려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개선세를 바탕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3일 오후 2시 30분 현재 1.91% 오른 16만원에 거래중이다. 이 회사 주가는 전날에도 3.97% 상승 마감했다. 기아도 전날 3.71% 오른 데 이어 이날도 1.46% 상승중이다.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는 반면 자동차주 주가는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주 공개한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 추가 지침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IRA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3년간 유예하거나 최소한 렌터카·리스차라도 상업용 전기차에 포함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해 왔다.
미국 재무부는 상업용 전기차 범위 확대에 대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렌털카·리스차 등 상업용 전기차는 북미 내 조립 여부와 무관하게 보조금 수령이 가능해졌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에 긍정적 소식”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조지아 전기차 신공장이 완공되기까지 1~2년간의 과도기 동안 상업용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판매량 중 리스차 비중이 20~30%에 달할 만큼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 리스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며 “IRA 관련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에 대한 추가 제재 우려는 사라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세부 지침에 대해 도요타의 반대 목소리가 가장 큰 상황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에는 매우 유리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에 대한 불안감도 점차 해소되는 모습이다. 이날 기아는 올해 글로벌 시장 판매목표가 320만대라고 공시했다. 다올투자증권이 추정한 지난해 기아 판매량(291만대)보다 10.0%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할 만큼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증권가에서 저가 매수를 노릴 만한 가격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와 기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5.1배, 3.7배다. 남주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견조한 1분기 실적을 증명하면서 주가가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