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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통해 드러낸 억압과 상처…이현아 사진전 '내안의 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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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본질은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것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 사진가 이현아는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과 상처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마네킹, 블라우스, 치마, 모자, 꽃, 냄비 등 보통의 여성들과 관련 있는 사물들을 재구성해, 여성으로 또한 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며 숨기고 억눌러야 했던 욕망과 상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사진전 '내안의 id(이드)'가 서울 경운동 갤러리 강호에서 7일까지 열린다.


이씨의 작품들은 오브제들을 연출해 촬영한 소위 '개념사진(conceptual photography)', '메이킹 포토(making photo)'다. 작가는 마네킹과 여러 사물을 조합해 섬뜩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상자 안에 마네킨의 머리와 두 손이 담겨있거나, 풀어 헤친 머리카락 사이로 마네킨의 눈에서 흘러내린 검은 눈물 자국 등 강렬한 연출을 통해 사회적 구조와 통념 아래 억눌러야 했던 자아를 표현했다. 또한, 꽃무늬 치마와 노란 카디건을 입고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있는 마네킹을 통해, 순종적이고 어여쁜 여성상을 강요당했던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때론 도발적 장면으로 작가의 억눌린 욕망을 보여준다.


작가는 "내면에 저장해 두었던 본능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출하고 형상화 했다"며 "이 작업은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자아를 확립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마네킹을 사진작품에 처음 등장시킨 것은 1970년대 프랑스의 베르나르 포콩이었다. 마네킹들로 청소년 시절의 추억과 경험을 재구성해 촬영한 포콩의 사진은 동화적이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이씨도 포콩의 개념사진의 계보를 잇고 있다. 그런데 그의 연작에선 사회라는 틀 속에서 억압된 개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또한 '억압'을 극복하고 독립된 자아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도 드러냈다.

신경훈 디지털자산센터장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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