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대 성장률 기록할 듯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지난해 6월에 내놓은 전망치 2.5%보다 0.9%포인트나 기대를 낮췄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영향이 실물경제 어려움으로 본격 전이되는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수출을 중심으로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기관 대부분이 한국의 1%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각각 1.7%와 1.8%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추정했고, IMF는 10월에 2.0%로 예측했다. 가장 최근 전망치를 발표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기재부보다도 보수적인 1.5%를 점쳤다.
부정적 전망의 중심엔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리를 지켜온 수출의 부진이 있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수출은 지난해 7월부터 증가율이 둔화되다 10월엔 마이너스(-5.7%)로 돌아섰다. 11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14%의 수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은 늘고, 수출은 둔화되면서 지난해 누적 무역적자는 5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무역통계가 작성된 1956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올해 한국의 수출액이 작년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유럽의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세계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OECD는 2023년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3.1%에서 2.2%로 낮췄다.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 전망치는 0.5%에 불과하다.
고물가·고금리 탈피 어려워…내수도 부진
내수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가 제시한 3.5%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연평균 5.1%에 비해선 개선된 수치지만 한은의 물가 목표치(2.0%)를 크게 웃돈다. IMF는 3.8%, OECD는 3.9%를 제시하고 있다. 전체 물가는 하락세지만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2.6%에서 11월 4.3%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정부는 올해 전기·가스료 등 에너지 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전기·가스료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전반을 올릴 수 있다. 원자재와 식량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실제 물가 하락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가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는다면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인 금리 역시 낮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리스크(위험) 요인도 상당하다. 기재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과 신흥국 부채 위험을 올해 한국 경제의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뒤 급격히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경영인을 위한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에는 해외 수요와 대내 경제활동이 동시에 둔화되면서 경제 성장의 버팀목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높아진 금리 부담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낮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