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범행 후 저지른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0일 경기 일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택시 기사 A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씨는 범행 직후 6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커플링, 고급 술집, 호텔 등을 결제했다. 기존에 여자친구에게 줄 명품 가방을 샀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A씨 명의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금을 합하면 총 5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대출금은 A씨의 휴대폰 잠금 패턴을 풀어 비대면 방식으로 받아냈다.
잠금 패턴은 A씨가 가지고 있던 수첩에 그려진 것을 보고 풀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이용해 A씨의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택시 기사 본인 행세를 했다.
지난 20일 이씨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A씨에게 충분한 합의금을 주겠다며 집으로 유인했다.
그러나 이씨는 자신이 예상한 합의금과 A씨가 요구하는 금액이 맞지 않자 '폭행해서라도 입막음 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가 112에 신고하려 하자 휴대폰을 뺏고 둔기를 이용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씨 범행 후 행각들로 미뤄 살인에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계속 살펴볼 계획이다.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씨가 이를 거부하면 강제할 근거는 없다.
경찰은 또 올해 8월 이씨가 새벽 파주시 공릉천변에 내다 버렸다는 50대 동거녀 B씨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도 벌인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