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위험도는 높지만 수익성은 낮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데다 인건비 부담도 작지 않다. 납품 구조마저 복잡하다. 그동안 철근 가공산업의 한계로 꼽혀왔던 것들이다.
철근 가공·조립 부문 스마트팩토리 스타트업인 로보콘의 반창완 대표(사진)는 시장의 이 같은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건설, 특히 골조 공정 중 철근 가공 영역은 주로 사람의 경험에만 의존해와 그동안 발전이 더뎠다”며 “철강 가공·조립 공정에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면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로보콘은 철근 가공 자동화 솔루션인 ‘아론(ARON)’을 개발한 회사다. 2016년 대한제강 계열사인 대한네트웍스의 한 사업부로 출발해 2020년 분사했다. 지난해 딥다이브파트너스, 무림캐피탈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반 대표는 두산그룹 산하였던 네오플럭스 컨설팅사업부에서 일할 때 두산건설과 협업하면서 건설 분야에 처음 눈을 떴다. 이후 대한네트웍스에 합류하면서 철근 가공산업의 고질적 문제점을 알게 됐다. 그는 “철근 가공 비용의 50%가 인건비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많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철근 가공의 자동화율을 높이고 공정을 효율화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반 대표는 2016년부터 팀을 꾸려 철근 가공 자동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로 사람의 경험에 의존했던 철근 가공 작업을 체계화하고, 로스율(철근 운반·절단 등 시공 중 발생한 손실량을 비율로 나타낸 것)을 줄이는 게 목표였다. 반 대표는 “3%에서 최대 10%에 달하는 로스율을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1% 수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며 “로봇과 효율화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콘의 철근 가공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해외 회사들 역시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보콘은 영국 철강회사인 미드랜드스틸 등에 아론을 수출했다. 싱가포르항만공사의 개발 현장에도 아론이 활용됐다. 반 대표는 “해외에선 철근을 공장에서 미리 조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건비 규모가 워낙 커 이 영역을 자동화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로보콘은 올해 철근 가공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철근 가공·조립 과정에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면 얼마나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는지 실제로 증명하고 싶어서다. 충남 당진에 1만㎡(약 3000평) 규모의 철근 가공 공장을 지었다. 반 대표는 “당진 공장을 운영하면서 철근 가공산업이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라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라며 “기존 납품 구조를 깨고 직접 건설사와 협력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철근 가공은 건설사와 제강사가 철근 납품 계약을 하고, 제강사가 다시 철근 가공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하는 복잡한 형태인데 이 같은 구조를 깨보겠다는 게 반 대표 목표다.
그는 “세계적으로 로봇 보급률이나 스마트팩토리 적용 비율이 유독 낮은 영역이 건설”이라며 “적용 기술도 현장 관리 같은 분야에만 집중돼 있는데 실질적인 시공 영역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일반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보콘의 솔루션 이름인 아론은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형 이름이다. 아론이 모세를 돕는 조력자라는 점에서 이름을 따왔다. 반 대표는 “건설·철근 산업은 아직도 ‘노가다’라고 불리는 등 낙후돼 있는데 로보콘이 건설 현장의 조력자가 되고 싶다”며 “건설 분야의 스마트팩토리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