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28·본명 배수지)를 '국민호텔녀'라고 표현한 것은 모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표현의 자유'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A 씨는 2015년 10월 29일 배 씨 관련 언론 기사에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 수지를 왜 OOO한테 붙임? 제왑(JYP) 언플(언론플레이) 징하네'라는 댓글을 달아 기소됐다.
A 씨가 댓글에 언급한 '거품', 폭망', '퇴물', '국민호텔녀' 등의 표현이 과연 모욕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A 씨 측은 "연예기획사의 상업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의 표현이자 연예인에 대한 관심 표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A 씨의 표현이 수지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릴 만한 모욕적 언사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지가 공적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비연예인과 같은 기준을 늘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단, A 씨의 표현 중 '국민호텔녀'만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수지가 대중에게 호소하던 이미지와 반대되는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수지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한 표현"이라며 "여성 연예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고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