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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비자 관점의 '新성장 4.0'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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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다소 충격적으로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1957년 이후 1.6%보다 낮았던 해는 단 네 번뿐이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1.6%),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금융위기(0.8%),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이다. 또 1.6%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적어도 정부는 내년의 냉엄한 경제 현실을 명확히 직시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1870조원(9월 말 기준)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훨씬 가중된 위험으로 봐야 한다. 이달 한국은행이 발행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처분가능소득의 166%로, 가계는 자체 채무상환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

거대한 가계부채는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소위 ‘3고(高)시대’에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월급이 오른다면 내수 위축을 가져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를 보면 지난 20일까지 누적 적자액이 489억달러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종전 최대치인 1996년(206억달러)의 2배를 넘을 것이다. 이 정도 무역적자라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작금의 현실이 내년에도 계속될 뿐만 아니라, 실업의 어두운 그림자까지 드리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지적을 했다. 지난 20년간 중국 특수로 인해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특수가 사라지는 이 시기에 그동안 늦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자 지원의 경제 발전 방식을 수요자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 주도 산업 육성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민간 중심으로 전환을 꾀하면서 ‘신(新)성장 4.0 전략’을 발표했다. 그런데 신성장 4.0을 1.0~3.0과 차별화하려면 경제정책 방향에 ‘소비자(수요자) 관점’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올 3분기까지 감가상각비 이상으로 유·무형자산에 투자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45.6%, 코스닥 상장기업은 57.0%에 불과하다. 감가상각비만큼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제품과 서비스 품질 훼손은 명약관화하며, 기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구조조정 대상이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나 투자세액 감면 등 투자 유도 정책을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기업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며, 구조조정이 돼야 할 좀비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뿐이다.

기업이 움직이게 하는 경제정책 방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구체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기업의 생존력은 품질과 기술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달려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명품처럼 팬덤이 있는 기업은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가격 결정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생산자 지원을 통해 생산능력을 높여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과거의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기업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만들어지도록 경제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도 관점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수요가 있음에도 공정거래법이나 기업 규제로 인해 사업의 장이 막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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