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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왜 '테블리'서 '테라대왕'으로 추락했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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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면서 1년 전 “테슬라는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할 것”, “테슬라 주가는 앞으로 5년 동안 실적이 뒤따라오면서 5800달러(액면분할 전)에 이를 것”이라는 캐시 우드의 전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는 비트코인 가격도 51만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가격은 1만700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테슬라 주가는 400달러(액면분할 후 130달러) 선이 붕괴했다. 테슬라에 투자한 개인의 손실액만 170조원이 넘는다. 한때 테슬라를 끝없이 사랑한다는 의미의 ‘테블리(Tesla+lovely)’에서 이제는 테슬라에 투자하면 지옥으로 추락해 염라대왕 앞으로 간다는 뜻의 ‘테라대왕(테슬라+염라대왕)’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테슬라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사진)에게 있다. 테슬라가 성장주로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장 탄력도(이윤 증가 비율÷기간 경과 비율)가 계속 높아져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무너질 때 성장기에 놓여 있는 기업이라도 순식간에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가 도래한다.

기업이 성장 탄력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행위’를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조 바이든 정부의 테크래시(techlash·IT기업 때리기)와 반독점 규제, 후발 업체의 부상 등으로 성장 탄력도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테슬라가 성장주에 이어 가치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저평가된 주식에 매력을 느끼는 시장참가자는 높은 가격을 써낼 의향이 있고, 그 신호대로 해당 주식을 배분하면 ‘건전한 자본조달’과 ‘재산 증식 수단’으로 증시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완전경쟁 시장은 가장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달성하기 어렵다. 시장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급자와 수요자 수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제품의 질도 가능한 한 동질적이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차이가 크게 나서는 안 된다.

제품도 ‘경합성의 원칙’과 ‘배제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경합성은 특정 재화를 차지하기 위한 시장참가자 간 경쟁을, 배제성은 가격을 지불한 시장참가자만 특정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전제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장 실패(market failure)를 초래한다. 시장 실패는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부여해 현대통화론자 등과 같은 행동주의 경제학이 태동하게 한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디지털화의 급진전에 따른 네트워킹 효과로 인해 갈수록 외부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는 유토피아 시대에서 ‘보호’를 중시하는 디스토피아 시대로 넘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지는 ‘외부 불경제’가 나타날 때는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배제성과 경합성의 원칙도 무너진다.

머스크는 외부 불경제 행위로 일관해왔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실적을 부풀리고, 트위터 인수대금을 테슬라 주주에게 전가하는가 하면 ‘세면대 사태’로 비유될 정도로 트위터 직원을 강제 해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환경 보호,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 등 이른바 ESG 경영도 소홀히 해왔다.

주식은 가치대로 주가가 형성돼야 해당 기업인의 창조적 파괴 정신이 고취되고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증시 여건에 맞게 머스크의 역할이 재조정돼야 하고, 그래야 테슬라 주가도 정상을 찾을 수 있다. 그 이전까지 가치주냐 성장주냐를 놓고 테슬라 주가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캐시 우드가 굴욕을 당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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