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입학과 졸업 그리고 취업 시즌이자 또한 직장에서는 인사 시즌이기도 하다. 눈 떠 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생활에 할애하는 직장인에게는, 연말 인사 시즌의 승진은 주인공이 되든, 관객이 되든 직장 생활에서 연말 이벤트이자 송년회의 화제이기도 하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대퇴사 및 조용한 사직,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기업의 조용한 해고 등이 이슈가 됐던 2022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MZ세대 못지않게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취업이나 승진 축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정성을 쏟아야 하는 대상에는 입사와 승진 축하의 건너편에 서서, 인생의 전성기에 모든 에너지를 직장에 쏟아붓고 떠나는 퇴직자도 있다. 모름지기 사람은 다가오는 앞모습을 반겨줘야 하듯이, 떠나가는 뒷모습도 아름답도록 보듬어줘야 한다.
부서 신입사원을 귀한 집 신생아 맞이하듯 환영하는 것처럼, 퇴직 직원을 축하하며 환송하는 마음과 문화도 필요하다. 이미 대한민국은 남녀 모두 평균 수명이 80대에 진입한 지 오래됐고 100세 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대의 퇴직자들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커리어를 설계하며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은 직장인지라 특정 연령을 커트라인으로 삼고 임원 인사가 단행된 국내 기업이 적지 않은 탓에 우수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퇴직하는 분도 많다. 특히 최근 가속화하는 대기업들의 승계 과정에서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2세, 3세 경영자로의 체제 전환 중에 백전노장의 경험 있는 임직원들이 후배들을 위해 과감히 용퇴하는 사례도 많다. 저출산 시대의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이렇게 숙련된 인적 자본이 유실되지 않고 성공적인 경력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너무 요란한 일부 퇴임식도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한평생 몸 바쳐 충성한 직장에서의 퇴임을 야반도주하듯 내보내는 것도 당사자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임직원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는 아니다. 협업과 주인정신을 강조하는 직장에서, 동고동락한 임직원들과의 이별 방식을 어떻게 취하고 있는가는 해당 조직의 문화와 인재를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각을 판별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퇴임하는 임직원들의 미래를 축복하는 조직문화를 가꿔가자. 월화수목금금금 직장에 올인하며 청춘을 바친 그분들의 미래를 응원해 드리자. 조직의 관점에서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서비스를 활성화해 퇴직 대상자를 위한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3년 새해에 예상되는 비관적인 경제지표들을 감안한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재취업 지원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절실한 시기다.
직장에 올인했던 퇴직자일수록 퇴임 이후 가족들과 집안에서 낯선 공존이 시작될 수 있다. 퇴직한 분들이 가정에 평안하게 온보딩(on boarding)할 수 있도록 식구 모두가 품어드리자. 끝으로 퇴직하시는 당사자들은 그동안 애쓴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자랑스럽게 보듬어 주자. 남보다 나부터 수고한 스스로를 소중하고 가치롭게 아껴주자. 그렇게 2023년 새해 복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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