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경기 부진 속에서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당장 다음달 열리는 내년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등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23일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내년에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과 가공식품,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품목 등의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로 전망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 목표치(2%)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그러나 물가 오름세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 변동 △원·달러 환율 △공공요금 인상 폭 △국내외 경기 둔화 를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았다.
한은은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發) 에너지 수급 불안이 계속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영향과 함께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당분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주요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낮아지겠지만, 높아진 에너지 가격 등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 성장도 잠재 수준(2%)을 밑돌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특히 내년 상반기 성장 부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소비는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금리 상승 등으로 그 속도가 점차 완만해질 것”이라며 “수출과 투자는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의 영향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 지정학적 갈등 전개 양상 및 중국 방역정책 변화 등이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내놨다. 한은은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자금시장의 신용 경계감 등을 고려할 때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자금시장 불안이 다시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달 채권시장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채권 전문가는 10명 중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의 내년 1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지난 14~19일 채권 보유 운용 및 관련 종사자 100명 가운데 38명은 다음달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달 25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다음달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응답자 비율은 26명으로 전달 41명보다 감소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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