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가 시공사를 압박하는 수단은 교묘하고도 노골적이다. 소규모 집회 개최나 공사 방해를 넘어 파파라치식 감시, 태업, 연대파업 등 상황과 타깃에 따라 형태와 강도도 다양하게 구사한다.
이들이 애용하는 ‘밥그릇 뺏기’의 기본 수단은 ‘비노조원 쫓아내기’다. 인력을 동원해 일을 그만두라고 압박한다.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색출한다며 신분증 검사도 한다. 골조 작업 전문인 비노조 근로자 A씨는 “권한도 없는데 조폭처럼 현장에 들이닥치는 게 일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폭언과 인해전술만이 아니다. 파파라치 노릇도 한다. 일부 근로자가 잠시 안전모를 벗거나 적치물이 2m 이상 쌓이는 등 안전 규정을 잠시라도 어기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신고 기술 연마’를 위해 안전 법규 교육을 자처해서 받기도 한다. 한 소규모 건설 현장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불법은 어쩔 수 없다”며 “매일매일 고용부에 불려다니다 보면 현장을 살필 겨를이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일감을 확보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태업 카드를 툭하면 꺼내든다. 계약 1년이 지나면 시공사가 의무적으로 퇴직금을 줘야 하는 법을 악용한 사례다. 공기를 늦추면 일당과 퇴직금 등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어서다. 비노조 근로자에게 태업 동참을 부추기는 일도 흔하다.
다른 공사 현장의 같은 계열 노조와 연대파업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가 주된 타깃이다. 시공사들이 연대파업에 대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노조는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만 시공 현장은 다른 시공사의 상황을 알기 힘들어서다. 인천의 한 시공사 관계자는 “연대파업이 벌어지면 보통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꼼짝없이 공사가 멈출 거라고 각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공사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신기술 도입도 쉽지 않다. 한 건설 협력업체 관계자는 “비용 줄이기가 급하다보니 업계에선 골조를 세울 때 사람을 많이 써야 하는 재래 기술보다 첨단 자동화 공법을 선호하는 추세인데,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내년부터 최첨단 공법을 쓰려면 노조원을 20% 의무 고용하라고 요구해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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