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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독 내 귀와 가슴을 채워 준 앨범들 [스타트업 비긴어게인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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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022년 나와 함께했던 노래들 [스타트업 비긴어게인 시즌2]


[한경잡앤조이=김철진 프립 매니저] 올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네요. 여러분은 새해 계획은 세우셨나요? 개인적인 목표, 커리어의 발전, 그리고 새로운 사업 전략 구상 등 2023년을 준비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다가올 새해를 잘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온 시간들을 잘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요. 저희 PRIIISM 필진들은 앞으로의 것보다 지난 것들을 복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요즘은 2022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회고하는 것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에 발견한 소중한 앨범들을 뽑아보았습니다. 지난 편과 마찬가지로 올해 발매한 음반은 아닙니다. 앨범의 첫 트랙에서부터 끝까지 멈출 수 없을 만큼 좋았던, 테이프(는 아니지만)가 늘어지도록 귀와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 들었던 앨범입니다. 여러분들도 들어 보시면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오늘도 순서는 숑, 콜리, 로이 순입니다.





김목인 - [음악가 자신의 노래] (2011)
숑 : 올해도 최대한 주 5일을 꽉 채워 운동했다. 먹고 마시고 듣는 일처럼 당연한 생활 습관에 '운동'을 추가한 지는 4년쯤 되었는데, 이번 해만큼 집중력을 쏟아 부은 경험은 처음이었다. (미미하기 짝이 없는 등수를 얻었으나) 나름의 대회 출전까지 도전했으니까! 나도 몰랐던 내 몸의 근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뒤 허파를 헐떡거리고 있자면 머릿속이 포맷한 듯 말끔 해진다. 새로운 영감이 찾아들 공간이 마련되는 셈이다.

김목인의 노래를 처음 듣던 올해의 어느 봄날도 그날의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뮤즈가 다녀가다'의 첫 7초는 내 귀에 잠시 '뮤즈가 다녀간' 순간과 같았다. 단정한 피아노 선율을 지나 아코디언이 슬쩍 손짓하고, 작은 카페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풍경이 눈앞에 출력되던 그 순간. 무르익은 벚꽃 비가 내리던 봄 밤의 날씨마저 선연히 떠오를 만큼 깊게 새겨져 있다.
이 노래가 실린 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에는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라며 점잖은 말투로 묻는 김목인의 질문과 답변이 리드미컬하게 넘실댄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곱씹는 음악가의 노래들을 여러 계절에 걸쳐 들으며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출근은 무엇인가' 자문하곤 했다. 이 곡의 노랫말처럼 '인생의 정말 좋은 것들은 억지로 부를 수는 없는 법'이지만, 은근하게 깃드는 좋은 것들을 기민하게 알아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뮤즈를 제때 알아보는 시선을 갖기를!





Antonio Carlos Jobim - [Wave] (1967)
콜리 :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석원이 인디 밴드 언니네 이발관 시절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를 내고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떤 물건이 있다고 치면 모난 데를 깎는다. 깎고 또 깎고 다시 깎는다. 정육면체가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가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 구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이 말은 수록 곡 하나 하나에 공을 들여 작업한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노래의 순서, 앨범 재킷, 속지 디자인 등 가능한 모든 것에 완벽을 기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앨범 전체가 단일한 감상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석원의 말이 떠오른 것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의 보사노바(Bossa Nova) 명반 Wave 덕분이다. '새로운 감각'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보사노바는 브라질에서 삼바(Samba)와 1950년대 미국에서 건너온 쿨 재즈(Cool Jazz)의 영향을 받아 태동한 음악이다. Wave 감상 소감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휴양'을 꼽겠다. 두 단어로 표현하라면 휴양에 '평화'를 더하겠다. 클래식 기타와 피아노가 멜로디를 주도하고 아득하게 현악과 관악이 밀려온다. 듣고 있으면 해변 풍경이 절로 그려진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음악을 듣는 잠시나마 일상을 떠나는 기분이다.

Wave에 열 곡이 담겼다. 듣는 데 32분여밖에 걸리지 않으니 쭉 들어보시길 권한다. 곡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앞서 말한 휴양, 평화, 편안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싱글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이러한 콘텍스트, 구성미가 담기지 않는다. 열 곡 안팎이 담겨 서사가 생기는 앨범 단위라야 즐길 수 있는 재미다. 참, 음악 들을 때 꼭 앨범 재킷도 같이 보시길 권한다. 표지를 넘겨보면 눈이 가장 편안해 하는 색이라며 초록색 면이 나오는 공책을 아시는지. Wave 재킷이 꼭 그런 이미지다. 미국 사진 작가 피트 퍼너(Pete Turner)의 작품이라고 한다. 음악이 자아내는 느낌과 재킷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선과영 - [밤과낮] (2022)
로이 : 2022년을 돌아본다. 뭔가 성취하고 달성한 것이 있나 생각해 보니 딱히 없다. 너튜브 광고에서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멋진 동기부여가가 "언제까지 그렇게 사실 겁니까?"라고 한마디 해줄 것만 같다. 무턱대며 살아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이 앨범을 알아보고 들을 수 있어서 스스로 대견할 정도로 좋은 앨범은 있다. 너무 좋아서 마치 내 성취처럼 느껴진다. 세상에 나와줘서 고마울 정도다. 선과영의 ‘밤과낮’이다.

선과영은 아티스트 부부의 듀오 그룹이다. 보컬의 ‘복태’와 기타의 ‘한군’로 구성된 이들은 이름 그대로 '복태와 한군'이라는 팀으로 활동하다 올해 '선과영'이라는 이름으로 재창단하여 12년 만에 공식 데뷔 앨범 ‘밤과낮’을 발표했다. 남녀의 사랑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들은 세상에 꼭 전해야 할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하나의 앨범으로 빚어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 잊지 못한 슬픔에 대한 이야기, 꽃피우지 못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 등이다.

‘밤과낮’ 앨범은 마치 몽돌 같다. 파도에 깎여 모나지 않고 동그란 돌. 아티스트로서, 부모로서, 또 세상에 잊혀서는 안될 이야기를 생각하며 돌을 깎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을까. 선(Line)과 영(Cirlce)이라는 이들의 이름처럼, 밤과 낮이라는 앨범처럼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45분간 멜로디로 흘러나와 귀와 마음을 감싸고 공전한다. 파도에 깎였지만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몽돌이다. 복태와 한군 두 사람이 뿜는 빛으로 인한 윤슬 덕분이겠다.

김철진(로이) 매니저는 현재 스타트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하고 있으며,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고 주변에 나눠주는 것을 좋아해 동료 필진과 함께 뉴스레터 PRIIISM를 발행하고 있다. PRIIISM에서는 로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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