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5㎡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없앤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가 다시 도입되는 것이다. 임대사업자의 규제지역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와 양도소득세 중과배제도 되살리고 취득세 감면 제도를 새로 도입해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같은 내용의 민간 등록임대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장기(10년) 임대사업자가 85㎡ 아파트를 매입해 등록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현재는 다세대 가구 등 비 아파트만 등록이 가능한 상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복원한다. 매입 임대사업자는 양도세가 중과(법인은 법인세 20%포인트 추가과세)가 되지 않고 종부세는 합산배제해 부과되지 않는데, 문 정부는 조정지역 내 주택에는 이 혜택을 주지 않았다.
정부는 이같은 혜택을 복원해 수도권 6억원 이하, 비수도권 3억원 이하의 등록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 없이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의무 임대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할 경우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의 금액 기준을 수도권 9억원, 비수도권 6억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새로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하는 사업자에게는 주택 규모에 따라 취득세를 최대 전액 감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60㎡ 이하는 85~100%, 60~85㎡ 규모는 50%의 취득세가 감면된다.
임대사업자제도는 지난 정부에서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 임대사업자 제도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홍보하며 혜택을 급격히 확대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임대사업자를 투기성 다주택자로 지목해 혜택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아파트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폐지했고, 작년엔 임대사업자 제도 자체를 완전 폐지하려다가 국민 반발이 크자 제도를 일부 유지하고 혜택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민간 등록임대 제도를 복원하는 것은 주택시장의 구조적 안정화를 위해서다. 혜택이 늘어나면 현재 전체 임대차 시장의 19%를 차지하는 등록임대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60%를 차지한 민간 사적임대 물량의 일부가 등록임대로 전환되면 시장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공임대 주택 50만호 공급 계획도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급 일정은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데 공공임대 주택을 일시에 대거 공급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최근 전세금 반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민간 사적임대 시장은 임차인의 알권리 강화 등을 통해 계약 전후의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계약 전에는 임대인의 선순위 보증금과 체납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설하고, 입주 전 임대인이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는 특약을 신설했다.
내년 1월까지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진행해 그 결과를 2월에 발표하기로 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지원TF도 가동해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을 돕는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는 가구당 1억6000만원까지 연 1% 수준의 초저금리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임차인 주거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확대를 유도하고, 75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월세 세액공제 대상 주택 기준은 3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