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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부풀리고 전세금 빼돌려…'악질 사기'에 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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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A씨는 복수의 중개업소에 시세를 확인한 뒤 전셋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이사 후 전세보증금이 인근 매매 시세보다도 높은 가격이라는 걸 알게 됐다.

계약 당시 같은 지역 내 공인중개사 7명이 담합해 전세 시세를 올린 뒤 자신들 소유의 부동산을 교환해 중개를 선 것이었다. 이들 중개사 가운데 일부는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날이 다가오자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B씨는 집주인 C씨의 대리인이라는 D씨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 D씨가 위임장을 소지하고 있어 집주인이 단순히 시간을 내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D씨는 집주인 C씨가 고용한 ‘모집책’이었다. 집주인 C씨는 다수의 모집책을 구해 매매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유도하고, 보증금의 일부를 모집책에게 수수료로 챙겨줬다.

이렇게 모인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주택을 매입해 ‘깡통 전세’ 계약을 반복했다. 집주인 C씨는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

서울 양천구에 살던 E씨는 전세 대출 이자지원금 혜택을 제공한다는 말에 신축 빌라 건축주인 F씨와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이 시세보다는 높았지만 이자지원금을 생각하면 자금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사를 마친 뒤 빌라의 소유권은 건축주 F씨에게서 무자력자(채무가 자산보다 많은 사람) G씨에게로 넘어갔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지만 E씨는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G씨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전세 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신고 사례에 대해 1차로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 687건을 집중 조사·분석해 선별한 106건이 대상이다. 나머지 사례들도 심층 조사 및 분석을 거쳐 수사를 추가 의뢰할 계획이다.

이번 전세사기 의심거래 106건 가운데 52.8%는 서울에서 발생했다. 이어 인천(34.9%), 경기(11.3%) 순으로 많았다. 피해자는 30대(50.9%)와 20대(17.9%)가 주를 이뤘고 40대(11.3%), 50대(6.6%)도 일부 포함됐다. 106건의 전세사기 의심거래 피해액은 171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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