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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정직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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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코비의 저서 <신뢰의 속도>에 따르면 신뢰가 높은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186%나 효율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뢰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정직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 스캔들이다. 당시 대통령인 닉슨이 사건을 덮기 위해 무마 공작에 나선 일이 발각되며 국민의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성 결여뿐 아니라 정직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했기에 신뢰를 잃었고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닉슨과 정반대 사례가 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실수로 베어버린 적이 있다. 벌을 받을 것이 뻔한데도 워싱턴은 아버지에게 정직하게 사실을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정직함은 그의 정치 철학이 됐고, 나아가 미국 사회의 기틀을 다졌다.

다인종으로 구성된 연방공화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것은 정직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회에 정직이 뿌리내리고 있으니 신뢰가 쌓여 미국이라는 복잡한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고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그래서 미국 국민들은 정직하지 못한 닉슨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세상에 정직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때로는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고, 손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모두가 정직해야 함을 알면서도 불편과 손실이 발생하면 정직하기를 그만둔다.

정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과 불합리함이 있더라도 책임자가 정직할 용기를 가질 때 사람들은 그를 믿고 따른다. 믿음은 사회 전체의 신뢰로 이어지고, 협력을 낳는다. 서로가 협력하기 시작하면 사회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사회가 서로를 불신하면 감시와 통제가 필요해진다. 누구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로, 정책으로 규제하고 통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불신에서 태어난 정책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 영어시간에 가장 처음 배우는 문장이 있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다).” 국가 정책, 사업, 일상에 이르기까지 정직과 신뢰로 쌓인 관계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금방 회복할 수 있지만, 불신과 거짓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실패하면 서로가 책임을 미루고 회피하기 때문에 회복이 어렵다. 모쪼록 우리 사회에 정직이 최선의 방책임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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