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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가 8%라니…제발 좀 그만 올라라.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사는게 힘드네요. 부동산 시대는 이제 끝났나봅니다."
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7.7%까지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끌족들이 고금리 상황을 계속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34%를 기록했다. 전월(3.98%) 대비 0.36%포인트 뛴 것으로, 2010년 2월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픽스가 급등한 배경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데 따른 것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상승폭 만큼 변동금리 대출상품이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이에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금리가 16일부터 0.25%포인트 상승하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최고 연 7.7%, 전세대출은 최고 연 7.6%까지 뛰게 됐다.
문제는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내년 금리인하는 없다고 못박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인상 속도보다 최종금리 수준과 지속기간이 중요하다"며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신할때까지 금리인하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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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미간 금리 격차가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안정세를 찾아가는 국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현재 한은은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한은의 통화긴축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으로 현재 한미 금리 격차는 1.25%로 벌어졌다. 과거 한미 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은 2000년 1.5%포인트 수준이었다. 공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전망을 취합한 지표)에 따르면 Fed는 내년 최종금리를 종전 예상치보다 높은 5∼5.25%(중간값 5.1%)로 내놨다. 미국이 예상보다 더 금리를 올리면 최종금리로 연 3.5% 수준을 전망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더 높게 올리고 오랜기간 긴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많은 선진국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국내 차주들이 더 크게 느낀다. 한국은행이 주요 선진국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80%에 달한다.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면 가계대출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조만간 연 8%를 넘어서고 내년엔 연 10%에 이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연 2.8% 금리로 주담대 4억원을 받은 차주가 매달 이자를 93만원씩 냈다면, 1년 후인 현재는 금리가 5.59%로 올라 매월 상환액이 186만원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도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재작년 연 2.5% 수준에서 주담대를 받아 집을 샀는데 현재는 연 6%대로 올랐다"며 "고정지출비용이 너무 많이 나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수요 규제를 풀어서 집값 하락이라도 막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몇 년 간 집 값이 오르면서 걱정한 많은 국민들이 '영끌' 대출에 나서며 고통과 상실감을 느꼈다"며 "지금은 고금리가 주도하는 자산가치 하락을 맞고 있는 만큼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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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