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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가구 입주 폭탄…내년 '빈집 쇼크'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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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택시장에서 ‘입주 리스크’가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집값이 수직낙하하는 와중에 내년 입주물량이 평년을 크게 웃도는 지역이 적지 않아서다. 통상 분양가의 30%인 잔금 납입과 함께 이뤄지는 입주가 차질을 빚을 경우 자칫 건설회사의 ‘연쇄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분양 공포에 전셋값도 급락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총 34만9370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입주 물량(33만2514가구)에 비해 5.07%(1만6856가구) 늘어난다. 수도권은 소폭 늘거나 오히려 감소하지만 지방 입주 예정 물량이 대거 예정돼 있다.

서울은 올해 2만4115가구에서 내년 2만4310가구로 0.81%(195가구) 늘어나는 데 그친다. 경기도는 11만3767가구에서 10만8980가구로 오히려 4.21%(4787가구) 줄어든다. 반면 지방의 경우 올해 15만2117가구에서 내년 17만1096가구로 입주 예정 물량이 12.48%(1만8979가구) 늘어난다.

특히 대구와 울산에 입주 예정 물량이 몰려 있다. 올해 2만653가구가 입주한 대구는 내년에 무려 3만6059가구가 대기 중이다. 입주 물량이 1년 새 무려 74.59%(1만5406가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울산의 증가폭은 더 크다. 올해 3856가구에서 내년 8786가구로 127.85%(4930가구) 급증한다.

대구는 이미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역대급 입주물량까지 예정돼 있어 ‘엎친 데 덮친’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 지역 미분양 물량은 올 10월 말 기준으로 1만83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말 1977가구 대비 5.47배로 늘었다. 집값 하락폭도 거세다. 대구 아파트의 월별 기준 가격 하락폭은 올 9월 -1.05%에서 11월 -2.09%로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울산의 집값 하락폭도 전국 평균(지난달 기준 -2.02%)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울산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2.38% 떨어졌다. 지난해 말 397가구에 그쳤던 미분양도 올 10월 말 기준으론 1414가구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집값이 급락해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준공 후 미분양과 내년 입주 거부 사태까지 맞물리면 자금력이 약한 건설사들은 도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자 이탈’ 우려하는 건설사들
‘입주폭탄’은 매매·전세가 동반 하락을 낳고 이는 입주 시점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수분양자들의 계획에도 차질을 줄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집값의 30%에 해당하는 잔금을 입주 시점에 받아야 하는데 대규모 입주 거부 사태가 발생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각종 위기 상황 때를 돌이켜보면 집값이 급락해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면 입주 거부가 빠르게 늘어난다”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놓지 못한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차입금 상환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도산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이 많은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입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입주 방지를 위한 조직을 꾸리고 이사 비용 지원과 입주 대책 등을 사전에 설명하면서 수분양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율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연말·연초 최대 경영 현안으로 미입주 축소를 내걸고 전사적으로 움직이는 건설사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입주가 대거 몰린 건설사 대표들은 밤잠을 설치는 상황이다. 한 중견사 대표는 “매수 심리 위축에 거래가 실종되고, 미분양은 대량으로 쌓여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입주폭탄까지 맞물려 생존에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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