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호황을 누려온 '성장주'가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익 모멘텀이 있는 성장주에 한해 단기간 투자하는 방법은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통상 성장주는 채권금리 하락기에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다. 미래 성장 잠재력을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할인율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리 내린다고 성장주 다 가는 시절은 다 갔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최근 금리하락 국면에서 글로벌 증시의 팩터 성과를 보면 가치와 배당, 수익성이 상위에 포진해 있고 성장은 하위권에 위치해 있다"며 "그 전까진 가치·성장의 상대 성과가 철저히 금리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IT 서비스업의 경우 유독 부진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성장주들의 부진한 펀더멘탈 때문이라는 게 강 연구원의 의견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을 기회로 오히려 여전히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반면, IT서비스 기업 이익은 2019년 말 수준으로 회
귀했다"며 "심지어 내년 이익과 성장에 대한 눈높이도 계속 낮아진다"고 했다.
그는 "우선 이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는 높아진 인건비가 한 몫 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너무 타이트해 메타 등 대기업이 감원이 있어도 IT업 종사자의 임금 상승률은 계속 높아지는 중"이라며 "수익성이라도 챙기려고 감원을 하지만, 이건 곧 성장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 없는 데다 이런 펀더멘털의 악순환 속에서 자금조달은 요원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강 연구원은 "국내 성장 기업, 특히 IT소프트웨어 기업도 자금조달이 어렵고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면서 "내년 매출액과 수익성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는 중이고 심지어 내년 상반기에는 역성장하는 업종을 제외하면 매출액 증가율 하위 톱 3에 꼽힌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이익 동력(모멘텀)이 있는 성장주에 단기적으로 접근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당장 내년 초까지는 금리가 급등할 이벤트는 딱히 없는 듯 하다. 그래서 방망이를 짧게 잡고 성장과 이익이 괜찮을 성장주를 골라 투자하는 것은 좋은 성과로 돌아올 수 있을 전망"이라며 "하지만 금리가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무작정 고밸류 주식을 매수해 나가는 방식은 지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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